
강원도 산불 이재민 박선자(아가타)씨가 4월 8일 타버린 자신의 집 앞에 주저앉아 울고 있다. 이번 화재로 강원도에서는 주택 510여 채와 많은 수의 사업장이 불에 탔고 약 530헥타르가 피해를 입었다.
“40년 넘게 살아 온 집인데….”
춘천교구 속초 동명동본당 신자 박선자(아가타·78)씨는 이렇게 말하며 주저앉아 흐느껴 울었다. 4월 4일 오후 7시17분쯤 강원도 고성군에서 발생한 산불로 처참히 휩쓸려 무너져 내린 박씨의 집. 박씨는 화마(火魔)가 집을 덮친 그 날도 며느리와 함께 오순도순 저녁밥을 먹으려 준비하고 있었다. 박씨는 “갑자기 옆집에서 불길이 일어 뛰쳐나와 보니 온통 새빨갰다”며 “갖고 나온 건 주머니에 있던 휴대전화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이제는 까맣게 타버려 제대로 형태조차 알아볼 수 없는 전동차를 매만지며 “우리 아이들이 나 농사지으러 다닐 때 힘들다고 타고 다니라고 사준 건데…. 아들이랑 딸이 돈 열심히 모아서 사준 건데 더 이상 못 탄다”며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애써 훔쳤다.
이번 화재로 관할교구인 춘천교구 신자들 중에도 박씨 같이 집을 잃은 이재민이 속출하고 있다. 4월 9일 기준 현재까지 피해 신자가 발생한 본당은 동명동·교동·옥계·묵호·인제·청호동본당 총 6곳이다. 이 중 가장 피해가 심한 동명동본당은 17가구가 피해를 당했다. 교동본당 6가구, 옥계본당 3가구, 묵호본당 4가구, 청호동본당 2가구 등 총 30여 가구가 하루아침에 이재민이 돼버렸다. 이들 중 대부분은 집이나 일터가 전부 타 없어졌고, 자동차나 농기구들이 전소된 가정도 있다. 260평 규모의 물류 창고를 다 잃은 한영도(요한 사도·61·춘천교구 속초 교동본당)·김순금(율리타·57)씨 부부는 “눈앞에서 창고가 벌겋게 타는 걸 보고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며 “온 사방에 물을 틀어도 걷잡을 수 없었다. 당장 내일 모레면 직원들 봉급날인데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너무 막막하고 암담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춘천교구장 김운회 주교는 산불이 발생한 4월 4일 바로 다음 날인 5일 피해 지역을 찾아 현장 조사를 벌이고 교우들을 비롯해 이재민들을 위로했다. 이번 피해와 관련해 김 주교는 “피해자분들이 거의 산에 논밭을 가꾸면서 사신 어르신들”이라며 “앞으로 경제적인 지원과 함께 일손이 많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주교는 “신자분들이 교대로 나가면서 피해 입은 분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계시지만, 피해자 분들이 고령자들이라 일손이 많이 필요하다”며 “교우들과 시민들이 다함께 기도와 나눔으로 엄청난 불안과 공포 때문에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고 힘들어하는 이재민들을 여러 방법으로 돕고 함께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가톨릭신문사는 춘천교구와 함께 큰 피해를 입은 신자들과 교회시설들을 돕기 위해 모금운동을 펼친다.
도움 주실 분 : 신협 131-019-493228 재단춘천교구천주교회 ※기부금 영수증 발급 문의 033-240-6028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