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덮친 춘천교구] 교회 피해와 지원 현황
화마 휩쓴 자리… 피해 복구·이재민 돕기 교회도 발 벗고 나서
교구 내 본당·시설 등 신자 피해 심각
김운회 주교, 현장 찾아 이재민 위로
비상대책위 설치해 지원 방안 모색
주교회의와 전국 교구도 도움 손길
4월 4일 오후 7시17분쯤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야산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산불은 강풍을 타고 빠르게 번져 속초시 등에 영향을 미쳤다. 이런 가운데 이날 밤 11시46분쯤 강릉시 옥계면 남양리에서도 산불이 일었다. 정부는 강원도 고성군·속초시·강릉시·동해시·인제군 등 5개 지역을 6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10일 오후 2시 기준 1명이 숨졌고, 1757ha(헥타르) 면적이 피해를 입었다. 주택 510동 등을 집어 삼킨 이번 화재는 관할교구인 춘천교구에도 피해를 야기했다. 4월 8일 찾은 피해 현장 모습과 교회의 지원 현황 등 을 전한다.

지난 4월 4일 강원도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해 교구 내 본당과 시설을 비롯한 신자 다수가 피해를 입었다. 사진은 전소된 까리따스마태오요양원 울타리와 창고. 까리따스마태오요양원 제공
■ 요양원 어르신 48명 대피
이번 강원도 산불로 피해를 입은 건 신자들뿐만이 아니다. 교회시설들도 일부 피해를 당했다. 고성군 토성면에 위치한 까리따스마태오요양원은 창고와 울타리가 불씨에 타들어갔다. 마당 잔디와 주방 창틀, 현관 천장에 달린 등은 여전히 화마가 할퀴고 간 흔적이 새까맣게 남아 있다. 요양원 주변 산 나무들과 인근 집들은 전소한 곳도 있다.
실제로 그 탓에 지난 4월 4일 까리따스마태오요양원 어르신 48명과 직원들은 속초 시내에 있는 다른 요양원으로 전원 대피했다. 요양원 바로 옆에 위치한 까리따스노인재가복지센터 직원들 역시 대피해 현재는 센터 운영이 중단됐다.
까리따스마태오요양원 원장 장금자 수녀(예수의 까리따스 수녀회)는 “화재가 발생한 4월 4일은 첫째 주 목요일이라 성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불씨가 타닥타닥 터지는 소리와 함께 갑자기 멀리서부터 불이 번져 들어와 혼비백산했다”며 “어르신들은 전부 휠체어로 이동하거나 침대에 누워 움직이셔야 하는데 너무 다급했고 절박했다”고 말했다. 이어 장 수녀는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인명 피해 없이 이동할 수 있었지만, 불꽃이 계속 날아다니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성모님’, ‘하느님’만 부르며 살려달라고 울부짖었다”고 회상했다.
강원도 산불 화재로 검게 그을린 까리따스노인재가복지센터 마당 잔디.
■ 춘천교구, 현황 파악·지원 방안 논의
강원도 산불 피해에 춘천교구(이하 교구)는 현재 피해 규모를 확인하고 피해 지역과 신자들을 위한 지원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교구장 김운회 주교와 총대리 겸 사무처장 김광근 신부, 관리국장 안수일 신부, 가톨릭춘천사회복지회장 이명호 신부, 속초 동명동본당 주임 조영수 신부 등도 지난 4월 5일 피해 지역을 돌며 현황을 파악하고 이재민들을 위로했다.
교구는 8일 교구 내 본당에 공문을 발송해 피해 본당과 교우 지원을 위한 2차 헌금 실시도 요청했다. 특히 교구 사무처에는 피해 발생 이후 비상대책위원회가 설치됐다. 비상대책위원회는 현재 피해 본당이나 신자 현황을 수시로 파악해 업데이트하고 있다. 비상대책위원회는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이웃들을 교구 내 도움이 필요한 본당·신자들과 연결해주는 다리 역할도 맡고 있다.
동명동본당을 포함해 피해 신자들이 속한 본당들에서는 사목위원을 포함해 자체적으로 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본당 대책위원회는 피해 규모가 파악되는 대로 피해 복구를 위한 봉사자 모집 활동을 벌이고, 복구비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한다.
속초에 위치한 무료 급식소 작은 형제의 집에서는 이재민들을 위해 4월 5일부터 매일 오전 9~12시 평소보다 많은 양의 식사를 배급하고 있다. 작은 형제의 집 운영을 총괄하고 있는 글라렛 선교 수도회 한국독립대리관구 관구장 김병진 신부는 “원래는 100여 명분의 끼니를 제공해왔었는데 지금은 200여 명 분의 끼니를 마련하고 있다”며 “점심을 드시러 오는 분들에게는 저녁 도시락도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작은 형제의 집은 천주교 사제·수도자·평신도를 중심으로 자원봉사자와 후원자들에 의해 1996년부터 운영돼 온 무료 급식소다.

춘천교구장 김운회 주교가 4월 5일 산불 피해 현장을 찾아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춘천교구 제공
■ 주교회의·타 교구에서도 도움의 손길
막대한 산불 피해에 주교회의와 다른 교구들에서도 춘천교구를 향한 도움의 손길을 건네고 있다. 주교회의(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이번 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춘천교구에 4월 8일 피해 지역 등 복구 지원금 3000만 원을 전달했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도 같은 날 피해 지역 복구를 위한 긴급 지원금과 위로 메시지를 춘천교구에 전했다. 염 추기경은 피해 지역 주민들에게 보낸 위로 메시지에서 “피해 지역이 조속히 복구되고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하고 마음을 모을 것”이라고 했다. 또 염 추기경은 “화재 진압과 복구를 위해 애쓰신 모든 분에게 하느님의 은총이 함께하시기를 기원하며,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전해질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도 4월 6일 교구 사제들에게 서한을 보내 4월 14일 주님 수난 성지 주일에 강원도 산불 피해 긴급 구호를 위한 특별 2차 헌금 실시를 요청했다. 김 대주교는 이 서한에서 “대형 피해의 어려움을 겪는 지역과 관할 교구인 춘천교구에 즉각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자 한다”며 “갑작스러운 피해로 어려움을 겪는 산불 피해자와 지역에 우리들의 사랑 나눔을 위해 교구 신부님들과 교구민들의 동참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도 산불 피해로 고통 받고 있는 이웃들을 위한 기도와 관심을 교구민들에게 부탁했다. 특히 대전교구는 어려운 이웃을 도우려 모아 온 교구 인성회비 중 1억 원을 4월 8일 춘천교구에 전달했다.
수원교구도 4월 14일 이재민들을 돕기 위한 특별 2차 헌금 모금을 실시한다. 의정부교구는 앞서 4월 6~7일 미사에서 강원도 산불 피해 긴급 구호 특별 헌금을 모금했고, 이를 춘천교구에 전했다.

산불로 피해 입은 춘천교구 속초 동명동본당 신자 박선자씨 집.
이소영 기자 ls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