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양성에 뜻을 가진 각 본당 부인회 회원들로 구성된 신학교 후원회 모임이 20일 오전 10시 서울 명동성당 사제관 3층 회의실에서 1백여명의 여성들이 참석한가운데 개최, 지난 7월 인도 「뱅가라」에서 열린 여성 「세미나」 및 기아해방운동에 참석한 이기열(데레사. 연대가정과과장)씨의 강연이 있었다.
세계기독교통합단체 주최로 열린 동 「세미나」엔 한국을 비롯 미국·인도 등 13개국에서 크리스찬이며 영양학자인 대표 80여명이 참석했는데 이회에 한국가톨릭대표로 참석한 이기열씨가 회가 11일간 인도에 머무르면서 보고 느낀 인도 여성의 생활모습을 간추려 본다. 인도여성들에게서는 화려한 것을 찾아보기는 고사하고 「샤리」를 입은 모습들은 오히려 초췌해 보일 정도로 검소했다.
국제적 모임에 참석하는 세계적 학자도 「샤리」차림으로 나타났고 심지어 학교운동장에서 땀을 뻘뻘흘리며 농구연습을 하고 있는 여학생들까지도 「샤리」를 입고 있어 아무리 외국풍을 쫓지 않고 자기나라 고유의 옷만을 애용한다 해도 지나치게 배타적이며 그 민족의 강한 주체성을 엿볼 수 있었다.
흡사 무명에 염색한 것 같이 곱지 않은 색갈의 「샤리」를 입고 그네들 고유의 화장을 하고 단상에선 인도대표의 모습은 얼른 보기에 초라한듯하지만 그 입에서 나오는 근엄하고도 불을 뿜는 듯한 한마디 한마디는 기백과 정기가 넘쳐 듣는 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시켰다.
『인도가 비록 가난해서 부강한 나라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나는 돕는자 너는 도움을 받는자」라는 식의 정신자세에서 돕는 것은 우리는 거절한다. 있는 것을 남에게 베푸는 것은 크리스찬의 의무다. 동시에 받는 자에겐 그 받음을 계기로 부를 창조할 의무가 있다』
후진국의 기아문제가 대두됐을 때 후진국 입장에서 하는 인도대표의 강연이었다. 이같은 이야기를 들은 미국을 위시한 선진국 대표들은 원조를 받고 있는 나라 대표로서의 강연이 지나치게 고자세라고 모두 분개할 지경이었다. 그러나 나중에 그들의 피원조자로서의 자립정신과 원조하는 측은 교만한 자세를 갖지 말아야한다는 것임을 알고 오해가 풀렸다.
또한 그곳 여학생들의 요리 실습은 고등학교는 물론 대학까지 하나같이 외국요리가 아닌 순 인도식 요리였다. 외국 요리실습을 하지 않는 이유를 인도여대생들은 『우리나라 음식도 다 못하는데 외국요리는 해서 무엇하느냐』는 것이다. 외국요리는 대학원에서만 특수과정으로 실습된다고 하니 중고등학교 때 요리실습 첫시간부터 외식만을 다루는 우리한국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하나에 전념하는 인도여성들의 정신은 남편이 죽으면 부인은 장작불을 피워놓고 남편을 따라 타죽는 일이 종종있다고 하니 일부총사라는 관습이 세계 어느 나라 여성보다 철저하다. 그리고 해야할 노력에 추호의 양보도 없이 끈질긴 세계적 여성이 또한 인도 여성이다.
인도엔 가톨릭신자가 2%밖에 안된다. 국교가 힌두교인 이 나라엔 프로테스탄트가 1%내지 1·5%가 있을 뿐 조금있던 불교도들은 부근 나라로 쫓겨날 정도로 힌두교가 판을 치고 있어 이곳 가톨릭여성들의 열심은 마치 박해때 교우들의 신앙이 더 강해지듯 그 열성이 대단했다.
한국여성에게 비해 인도여성에게서 발견된 또 하나의 이색적인 것은 그들의 대외적인 활동모습이었다. 수상 깐디 여사를 비롯, 사회지도 층에서 남자 못지않게 훌륭한 여성들이 눈부신 활동을 보여줬다. 내아들 내딸을 위하려면 내아들 내딸이 몸담아 살 내고장을 살기좋은 곳으로 만들기에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는 인도여성의 정신은 일부사치에만 급급한 소비성이 심한 우리네 여성들이 본받아야할 점이 아닐까? (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