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시아 주교회의에 참석했다가 1일 귀국한 김수환 추기경은 귀국 즉시 공항 귀빈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그것은 너무나도 순간적인 돌발사고였다』고 교황의 피습 경위를 설명했다.
김 추기경은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11월 27일 오전 9시 25분(한국 시간 오전 10시 25분) 교황님이「마닐라」공항에 도착하여 비행기에서 내려올 때 나는 마르코스 대통령 내외분과 추기경 몇 사람과 함께 트랲 앞에 서 있었다. 교황께서 다른 분들과 악수를 나누며 걸어 나오시다가 내 앞에 와서는 나와 포옹하시며 인사를 교환했다. 교황께서 포옹을 마치고 돌아서 한 걸음 내딛는 순간 정면에 집결해 있는 카메라ㆍ맨들을 헤치고 검은 옷을 입은 한 사나이가 아주 험악한 표정으로 뛰어 들어왔다. 순간적으로 무슨 사건이 일어나고 있음을 직감했으나 어떤 미친 사람이 잠깐 난동(?)을 부린 걸로 여겼다. 범인이 들고 있던 십자가를 떨어뜨리는 소리를 들었고 내가 그것을 주웠다. 잠시 그런 북새통(?)이 있은 후에 보니 교황님의 왼팔과 나의 바른팔에 피가 묻은 것을 발견했다. 아마 사람들이 범인의 소매 속에 들었던 칼을 빼앗을 때 범인의 손을 다친 모양이다. 모든 것이 순간적으로 일어났기 때문인지 교황님은 사건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듯했고 군중은 물론 옆에 있던 일부 보도기자까지도 이를 눈치 채지 못했다.
이 사건이 심각한 사건으로 중요시되고 크게 문제가 된 사실은 이날 오후 한 시가 넘어 힐튼호텔로 돌아와서야 알게 됐다. 한국에서는 물론 미국의「로스앤젤레스」에서까지 장거리 전화로 문의해 왔다…필립핀에서는『누가 범인을 막았나?』는 문제가 정치문제로까지 발전돼 있는데 이멜다 여사는 남편인 마르코스 대통령이 당수로 막았다고 강조했으나 나는 보지 못했다. 도대체 누가 막았는지 나는 전혀 모른다. 텔레비를 보고 내가 왼쪽 팔꿈치로 범인을 밀어 젖히는 장면은 있었다. 어떤 외국 신문은 내가 당수로 범인을 쳤다고 보도했다. (일동 폭소) 내가 그 당시에 교황님과 가장 가까이 있었던 탓이다…』
이같이 설명한 김 추기경은 한국의 모든 신자들과 국민들에게 걱정을 끼친 것이 미안하다고 말하면서 국내 신문 및 방송들이 교황의 아시아 방문과 아시아 주교회의에 대한 보도를 잘 해준 데 감사한다고 말했다.
김 추기경은 자기가 아시아의 주교들이 공산주의를 전면적으로 배격하는 선언을 반대했다는 일부 보도를 부인하고 특히 한국 월남 자유중국의 주교들은「무신론적 공산주의와 싸워야 한다」고 주장한 점을 강조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