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삯바느질과 세탁일로 일생동안 알알이 모아온 전(全) 자산을 통털어 후배양성에 희사한 혈혈단신 할머니가 있어 각박한 세심(世心)에 흐뭇한 화제가 되고있다. 그 주인공은 이원경(78ㆍ마리아ㆍ李元卿ㆍ신당동 427) 할머니. 화제가 물밀듯 일어난 것은 지난 21일 그가 소유했던 유일한 재산인 신당동 377의 131번지 양옥집을 매각한 3백만원 예금통장을 서울대학교 장학회에 기증한 때부터다.
『사실 교회에 바치고 싶었지만 대사회적인 폭넓은 봉사와 민족의 슬픔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에』장학기금으로 희사했다는 이 할머니는 요즘 몸이 노쇠하여 출입이 불가능하다.
이미 4년 전부터 결심하고 서류를 제출, 약속해 왔다는 할머니는 죽음이 가까이 옴을 느끼고 있어 빨리 정리했다고 그 동기를 밝힌다.
고조부때부터 독실한 가톨릭 집안이었던 할머니는 항일 독립투사 이규영(李圭永ㆍ안드레아)씨의 장녀로 3ㆍ1 독립만세 운동을 계기로 원산 루시학교를 4학년때 중퇴, 독립운동 비밀연락원으로 활약하다가 투옥, 신의주에서 1년간의 옥고를 치른 다음, 상해로 건너가 그 당시 임시정부 요인들과 독립운동을 벌여온 숨겨진 우국지사다. 상해에 머무르는 동안 영친왕의 약혼녀 고(故) 민가반씨의 외숙 이기영씨의 신세를 지면서 어려움을 견뎌냈다는 할머니는 다시 1928년 고국에 들어갈 것을 결심하고 내한, 부군 유진희(兪鎭熙)씨와 조국 독립운동에 투신해왔다. 아버지 이규영씨는 7살에 여의고 동생 이종호씨와는 사별, 고아로서 고독하게 민족운동에 투신해왔던 할머니는 남편 유씨마저 48년, 오랫동안의 옥고와 간경화증으로 그가 바라던 해방된 조국의 밝은 날을 얼마살지 못하고 타계했다.
할머니가 삯바느질을 시작한 것은 상해에서 건너온 후 부터다.
28년 그 당시 1백 10원짜리 재봉틀을 월부로 구입, 남편의 운동 비용과 살림을 꾸려왔다는 그는 아직도 그의 방에 놓여있는 재봉틀을 만져본다.
노구를 이끌면서 손수 식사를 준비하고 최대한의 검소한 생활을 하면서 착실히 3백만원을 모았던 것인데 『미래의 조국운명은 젊은이들의 손에 달렸다』고 생각, 이것을 기꺼이 바치는 것이 『조국을 위한 마지막 봉사』로 생각한다는 李 할머니는 이 일이 너무 화제가 된 것이 오히려 이상한 듯.
신앙은 자신의 구령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의 구원을 위한 것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 할머니는 이제는 죽음을 맞을 준비만이 남았다고 말한다.
현재 서울대학에서 전세로 얻어준 신당동 2칸방에서 홀로 슬슬히 누워 그가 고독하게 온갖 시련을 겪으면서 투쟁했던 조국의 운명을 끝까지 기원하면서 죽음의순간을 기다리고 있는 이 할머니는 마지막 소원이 『교회 공동묘지에 묻히고 싶은것 뿐』이라고 조용히 말했다.
<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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