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라면 누구나 성소계발에 무관심할 사람은 없을게다. 그중에서도 이 사업에 특출한 열성과 정열을 쏟아 발군의 성과를 거둔 한 사제의 활동상황을 소개하는 것이 후배 사제들과 모든 교우들 특히 성소후원회원들과 성소 장학회원들에게 자극제가 될까 해서 김명제 베드로 신부님(당시 황해도 감목대리)을 소개하는 바이다.
김 신부님은 내가 6세 때 우리 본당장연에 주임신부로 오셨다. 그때 본당에는 4년제 보통학교가 있었으나 어린이들을 신학교로 보내려면 6년제 학교를 졸업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우선 경애보통학교를 6년제로 승격시켜 놓았다. 다음에는 예비 신학교를 세울 목적으로 20여 평 건물을 세우고 춘추 판공 때 공소순회를 하시며 어린이들 중에 성소적합자를 찾아내는데 중점을 두시고 활동하셨다. 사제가 될 만하다고 입증되는 어린이가 발견되면 그 공소회장과 어린이 부모뿐 아니라 공소교우 전체에게 책임을 지워 잘 키워나가라는 부탁을 하고 다음 공소 방문 때, 얼마나 변화가 있는지를 점검하신다. 10여세가 되면 본당으로 데려다가 공동생활을 시키며 학교에 정식으로 입학을 시킨 다음 그들의 열심과 재능, 성격과 예의범절 등을 감시하며 틈나는 대로 불러놓고 강의도 하셨다.
이른바 예비신학교로 교장과 교사까지 겸한 셈이다.
다음은 자금이다. 본당운영비만 가지고는 감당할 능력이 없다. 몇 번 해주도청에 출입하시더니 뽕나무묘목 청약을 받아 2천여 평의 땅에 뽕나무를 심고 접목하여 납품하고 그 수입금으로 예비신학교도 운영하며 인재 양성 사업도 시작하셨다.
그 당시 신학교 제도는 3년에 한 번씩 학생을 선발하는데 김 신부님은 매 입학기마다 엄선된 학생 한명씩을 보냈는데 숫자는 적으나 추천한 학생 전원이 사제가 되었다는 것은 놀라운 성과다. 그 당시 신부가 되는 성공율은 10%밖에 안 되는 때였으니 말이다.
1937년부터는 황해도가 감목대리 구역이 됨에 따라 도내 성소 지망자를 모아 예비신학교를 확장해 나갔으므로 많은 유능한 자제를 배출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장연 예비신학교출신 사제들의 명단을 적어 보는 것도 참고가 될듯하다. 구천우ㆍ김피득ㆍ임충신ㆍ조인원ㆍ강주희ㆍ장금구ㆍ최석호ㆍ최석우ㆍ정규만ㆍ최익철ㆍ김정진ㆍ백민관ㆍ유진선ㆍ최광연ㆍ김시몬ㆍ김정움ㆍ장홍선ㆍ임인섭ㆍ김형식 등이 이곳 출신이다. 이런 성과로 볼 때 김 신부님은 비록 감목대리로는 성공을 보지 못했으나 성소계발에는 뛰어난 선구자였다.
김 신부님의 성소계발 방법이 시대차이에서 오는 차별은 있을 수 있겠지만 근본정신에 있어서는 차별이 있을 수 없다. 현재 한국교우 가정을 볼 때 어린 시절의 신앙교육은 바라기 어렵다. 소신학교도 없다. 겨우 교구에서 중·고등학생 가운데 성소에 관심을 가진 청소년을 모아 매달 한 번씩 교육시키고 있으나 그것만으론 너무나 부족하다. 각 본당신부들의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 성소후원회원이나 장학회원들의 재정적 협력도 중요한 한 몫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일이지만 덕을 갖춘 사제배출에 가정교육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김명제 신부님이 어떤 동기로 성소계발에 정력을 쏟기 시작했는지는 모르나 신부님자신이 비상통로(?)를 통하여 신학교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 아마 동기가 되었을 것 같다. 김 신부님은 어려서 부모를 잃고 외삼촌 슬하에서 자라왔고 머슴살이를 했다. 성소에 관심이 대단했던 합덕본당 백 신부님은 베드로가 공부도 못하고 일만하고 있지만 사제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 그의 외숙에게 몇 번 청해보았으나 그때마다 『그 아이가 없으면 농사를 못 짓는다』는 이유로 거절을 당했다. 그러나 여기서 단념하지 않고 연구 끝에 신입생을 뽑는 해인 베드로가 18세 되던 해에 더기다릴 수가 없어 회장을 불러 18세 되는 남자 옷을 한 벌 해 오라고 했다. 개학이 임박해서 베드로에게 『우리땔 나무가 부족하니 지게 지고 ○○산에 가서 나무를 해 오라』하고는 회장에게 『뒤 쫒아가 목욕을 시킨 다음 곧바로 서울 용산신학교로 데려다 주고 오라』고 지시하며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함구령을 내렸다.
밤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아 온 식구가 찾아 나섰으나 베드로는 온데간데없고 빈 지게와 낫만 발견하고 와서는 『호랑이에게 잡혀 먹혔다』고 온 동네에 소란이 났었단다.
[노사제의 회고] 수원교구 장금구 신부 3
성소계발 힘쓴 장연본당 김명제 신부
뽕나무 길러 예비신학교 등 운영
발행일1989-11-12 [제1679호, 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