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 10월 9일에 화란에서 발간되어 몇 년동안 교회 안에 논란의 대상이된 바 있는「새 교리서」가「가톨릭 신앙 입문」이라는 이름으로 대건신학대학에서 출판되었고, 불과 1개월만에 초판이 매진되고 이미 재판을 내어놓았다. 이 책은 화란주교단의 위촉을 받아 전문가들이 10년동안 연구하여 집필한 것으로 화란의 성인신자들을 위한 것이다.
현재 10여개국 어로 번역되었고 화란어판만도 40만부가 매진되었으니 영ㆍ불독어를 위시하여 여러 번역판의 매상을 다 합하면 하나의 교리서로서 이런 성공은 처음인 것 같다.
이 책이 화란에서 출판되자 그 해 11월에 화란신자 몇 명이 이 교리서는 신앙에 위배되는 교리가 있고 신앙진리가 애매하게 설명된 부분이 많다는 점을 들어「로마」에 항의를 제출함으로써 이것이 많은 논쟁의 불씨가 된바 있다. 이에 이 교리서를 검토하기 위한 신학자들의 전문위원회가 구성되고 결국은 6명의 추기경으로 구성된 회원까지 조직되어 이책의 부록에 몇가지 문제에 대한 보충설명을 첨가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물의를 일으키게 된 중요원인은 이 교리서가 과거의 교리서와 전혀 다른 양식으로 기록되었다는 점에 있다. 완전하게 표현된 교리를 하나의 지식같이 전달하는 과거의 교리서양식을 탈피해서 이 교리서는 성인신자들로 하여금 계시진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기술되어 있다. 따라서 성서와 신학의 전문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도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도록 신앙의 종합적 서술을 하면서 성서와 신학의 풍부한 배경을 설명하고있다. 신앙진리 자체는 변할 수 없는 것이지만 그것의 전달과정상 필연적으로 인간의 언어를 빌리게 되는 이상 이 표현양식만은 시대와 장소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불변하는 신앙진리라해서 반드시 그 표현마저 법적인 효과를 지녀야 한다는 법칙은 없다. 인간의「언어」라고 하는 불완전한 수단을 통해서 계시는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 우리의 교회가「아리스토텔리즘」이라는 철학의 언어를 빌려서 표현된 것과 마찬가지로 오늘의 교리는 오늘의 우리언어로써 새롭게 표현될 수 있는 것이다. 이 교리서가 그 표현에 있어서나 내용에 있어서나 완전함을 주장하지는 않으려니와 또 그렇게 완전한 것은 이 세상에 없는것이다. 이 교리서를 위해서 조직된 전문위원회도 여러가지 표현방식에 대하여 약간의 아쉬움을 지적한바는 있지만 어떤 귀절도 오류라고 지적하지는 못했다는 사실을 우리는 주목해야 할것이다. 신앙진리에 위배되는 사항이 없는 한 한권의 책이 모든 것을 다 담을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하고 저자가 의도한 바의 성공이나 실패를 논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의 저자들은 먼저 교회의 신앙을 종합적으로 제시하려 하고있다. 우리의 신앙은 우리 마음대로 요리하는 지식이 아니라 계시된 신비에 대한 겸손한 이해이며 그 이해를 통해서 그 신비에로 귀의해야 할 당위성을 지닌다. 이 책은 어떤 철학에서 빌려온 신의 존재에 대한 론증에서 출발하지 않고 그리스도교 계시의 원천인「그리스도」에서 출발하여 그분의 아버지인「하느님」에게로 나아가고 있다.
이 책은 계시된 신비를 손상없이 그대로 우리에게 보여주려고 노력하면서 계시가 우리의 구원을 위한 것이기에 우리의 실생활과의 깊은 관계를 서술하고 있다. 추상적인 언어나 추리는 될 수 있는대로 피하면서 성서의 표현을 사용하고 또한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언어를 즐겨쓰고 있다. 그러기에 하느님의 사랑이란 주제가 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흐르고, 모든 신비가 이 하느님 사랑의 표현으로 되어있다. 또한 교회사를 소개함으로써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산역사안에 이 신비의 표현을 찾으려고 노력한 점은 교리서에서는 처음보는 일이며 우리가 주목할만한 사실이다.
계시된 신앙진리는 살아있는 교회전통이 전달해주는 진리지만 이 책의 저자들은 교회전통을 몇 개의 정의나 표현의 집대성 같이 생각하는 과거 교리서의 관점을 지양하고 계시된 진리를 각 시대가 자기의 감각과 언어로써 충실히 이해하고 표현하였음을 지적하면서 교회의 전통이 성신의 거느리심을 받아 살아있는 것임을 인식시키고 있다. 이렇게 볼 때 한 시대의 교리표현이 절대적 진위를 론하기에 앞서 살아있는 교회전통은 그리스도 재림하시는 날까지 계시된 신앙진리의 충만한 이해와 표현을 향해서 나아가고 있음을 알게될 것이다. 교회 전통이 각 시대가 표현한 신앙진리에 대하여 충실하다는 말은 하나의 표현에 온전히 구속되어야 한다는 말이 아닌 것이다.
하나의 교리서는 신앙을 널리 전파하고자 하는데 그 주목적이 있다. 그러나 이 신앙 선포는 오늘 현대인이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은 그리스도교 신앙내용의 본질을 소개하면서 현대신앙인이 당면하는 문제들 즉 노동ㆍ전쟁ㆍ가정과 결혼 등에 대한 신앙인의 가치관을 제시하면서 현대 그리스도교인으로서 지녀야할 인생관, 세계관을 부각시키고 있다.
흔히 우리는 신앙과 과학이 대립되는 것인양 생각했고 교회와 세계는 서로 상반되고 자연과 초자연은 택일해야 하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아왔지만 이 교리서는그리스도에 의해서 이 세계와 그 문화는 구원되어야 하는 것임을 강조하면서 하느님을 사랑함은 자연을 경멸함이 아니라 자연의 목적을 이해하고 그리스도교인으로 대자연에 기여함이 있어야함을 설명하고 있다. 인간과 하느님과의 종적 관계는 인간 상호간의 그리고 인간이 세계에 대하여 가지는 횡적관계를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횡적관계에 그 의의를 부여하는 것이며 인간은 모든 횡적관계안에 살면서 하느님을 연접하고 하느님께 순종하는 것이다.
이 책은 어디까지나 하나의 신앙 입문서다(입문서라 해서 미신자들을 위한 것이라 오해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이 책이 대상으로 하는 성인신자에게 그리스도교인으로서의 신앙체험을 갖게하는데 그 발간 목적이 있다. 적어도 신앙인이라면 몇 개의 문장을 암송할줄 아는 것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교 신비에 대한 적절한 이해와 반성이 있어야겠고 그들의 생활에서 그리스도교인의 체험이 우러나오게 해야 할 것이다. 이 점에 있어서 이 교리서는 과거 어떤 교리서도 따라갈 수 없는 공영을 지니고 있다.
끝으로 이 책은 화란의 가톨릭 신자들을 위해 저술되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화란사람을 위한 것이 그대로 한국사람을 위한 것으로 통용될 수 없다는 것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터이다. 가령 우리가 이 책을 읽을 때 불교나 유교에 대한 너무 상식적인 설명이나 결혼제도 같은 것이 온전히 구라파식으로 이야기되고 있다는 점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타종교의 문화권안에서 살아온 한국이면서 아직 유교 불교안에 있는 그리스도교적 가치를 발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임을 감안할 때 이 교리서가 피상적이나마 그런 가치를 타종교에서 찾으면서 그런 요소들안에 성신의 어떤 시도를 보려했다는 점에 우리는 한국인으로서 또 한가지 배워야 할 점이 있다 할 것이다.
한국에 성인신자를 위한 교리서와 그 해설서가 있으나 암기가 위주고 짧은 표현이 사용되어 있음에 비하여 이 책은 그리스도의 교리의 배경을 여유있게 해설하고 현대적인 문제를 복음의 빛에 비추어 쉬운 말로 알려주고 있는데 이 점 매우 기쁘게 생각하며 아울러 앞으로 토착화된 한국인의 신앙입문서가 한국사람의 손으로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해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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