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4년 한국인으로서는 처음 브라질교회에서 사제서품을 받아 화제를 모았던 이만용 신부(36·거룩한 구원선교회)가 최근 도시근로자를 주인공으로 한 십사처를 화폭에 담음으로써 다시 한 번 화제를 모으고 있다.
금년 2월24일 입국, 서울 방배동본당에서 1년 예정으로 사목활동을 하고 있는 이 신부는 『한국에서 받은 인상, 즉 짧은 기간에 놀라운 경제성장을 했지만 발전의 주인공들이 그늘 속에 가려져 있는 모국의 현상을 목격하고 이들을 예수님과 동일시해 위로해주고 싶어 십사처를 그리게 됐다』며 십사처를 그리게 된 동기를 밝혔다.
또 『짧은 일정이었지만 모국에서 만난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고 자신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자신의 일부를 남기고 싶었던 것도 이유 중의 하나였다』는 이 신부는 『선진국의 일부사람만이 누리고 있는 부활의 기쁨이 모든 이가 함께 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철골조와도 같은 막대기를 십자가로 표시하고 예수가 디디고 있는 것을 건물 같은 인상을 주게 해 예수와 도시근로자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이어주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 신부의 십사처를 본 사람들은 『예수님이 가난한 이들의 편에 서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예수님이 바로 도시근로자들임은 알지 못했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이 신부가 십사처 유화를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제1차 예수 사형선고를 받으시다」에 아주 집약적이고 함축적으로 잘 드러나 있다.
제1처 그림을 보면 한 깡마른 남자가 죄목이 적힌 명패를 가슴에 까지 이르게 차고 건물 모서리를 딛고서 그 밑을 어이없게 쳐다보고 있다. 그리고 이 사나이의 양어깨 부분에는 기다란 막대가 직선으로 그려져 있으며 뒷배경으로는 파랑과 노란색을 사용한 태극도형 형식의 무늬가 절반만 그려져 있다.
이 신부는 『역사의 주인인 도시근로자들은 역사에 의해서 어느 새인가 뒤로 밀려져 인간의 존엄성을 상실당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는데 이것은 예수가 아무 죄 없이 사형선고를 당하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라고 제1처에 대한 전체적인 설명을 했다.
이 신부는 자세한 그림설명을 통해 『뒷배경에 나오는 태극도형은 분단된 한반도를 상징하고 있으며, 녹색은 농민을, 고동색은 노동자를 비롯해 월급을 받고 생활하는 모든 도시근로자를 상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것을 통해 이 신부는 『도시근로자 및 농민은 바로 예수이며 예수와 같이 역사의 참된 승리자로 드러나게 될 것임을 명확히 하려했다』고 의미를 밝혔다.
금년 말 브라질로 다시 돌아가는 이만용신부가 그린 유화는 십사처 외에도 「유다의 키스」「사춘기」를 비롯「희망」「그리스도의 자비와 사랑」을 주제로 그린 20여점이 있다.
한편 이 신부는 『이 모든 그림, 특히 십사처의 그림을 1년 동안 따뜻하게 맞이해준 방배동본당 신자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방배동성당에 남겨두고 싶다』고 밝혔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