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8임 항가리의 민첸티 추기경을 맞은「로마」시는 기쁨으로 넘쳤다. 공산주의 통치하에서 7년간의 옥고를 치르고 그 후 미 대사관에서 자진 15년간의 유폐생활을 함으로써 22년간이란 긴세월을 자유없는 철의 장막에서 보낸 민첸티 추기경은 79세의 노령으로 그렇게도 잊지못해하고 떠나기 싫어했던 고국 항가리와 사랑했던 국민들을 남겨둔채 말없이 작별을 고했다.
항가리에서 공산정권이 세력을 굳힌 때는 1948년이었다. 공산국가가 정권을 장악하게 되면 그 반대세력을 숙청하고 탄압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들은 공산주의에 동조하지 않는 자들을 반민주행위자로 체포하여 제거하는 한편 그들의 눈에 가시격인 교회를 탄압하기 시작했다. 가톨릭교회 모든 기구를 해체시키고 단체를 말살하여 모두 국유화해 버렸다.
공산주의자의 이같은 처사에 민첸티 추기경이 맹렬히 저항하기 시작하자 그들은「민」추기경을 성직계와 성직자 평신도로부터 고립시켰던것이다. 그러나 추기경의 저항은 쉴새없이 가열되어만가 그 해 12월 26일「민」추기경은 체포되어 간첩ㆍ국가반역자ㆍ유통에 있어 불법거래 등의 어처구니 없는 누명을 쓴채 이듬해 2월부터는 감옥생활이 시작되었다.
그러다가 1955년 7월에 석방됐다. 그 후 항가리 자유투쟁자들이 잠시 폭동을 일으켰을때「부다페스트」에서 자유의 며칠을 가졌었다. 그러다 그 해 11월에 소련 탱크부대가 폭동을 진압키 위해 항가리로 쇄도했을때 그는 그때부터 미 대사관에서 생활을 하게되었다.
민첸티 추기경에 대한 이러한 불법처사를 밝히 아는 성청 당국은 그동안 여러번 추기경을 석방시키려 무던히 애써왔다.
그러나 추기경을 자유롭게 하는 가장 큰 장애들은 바로 추기경 자신의 고집이었다. 그는 언제나 자기에게 지워진 죄목을 항가리정부가 일소하고 자신의 항가리에서의 교회 임무가 회복되기만을 기다리면서 미 대사관에서 지내겠다고 굳게 밝혔던 것이다.
이렇게까지 항가리를 떠나지 않겠다고 밝혔던 민첸티 추기경이「로마」로 돌아갈 것을 결정한 근본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추기경 자신이 밝힌대로 교회 측의 높은배려에 대한 순명과 주교로서, 또한 추기경으로서 자신에게 부과된 임무를 깊이 인식한 나머지 자신의 인생 최대의 무거운 십자가가 될지도 모를 결정을 내렸다고 밝힌바 있다.
한편 성청 당국은 민첸티 추기경이 「로마」로 오게 된 것은 성청과 항가리정부간의 합의에 의한 결과라고 밝혔다.
아마 양국간에 맺어진 협정은「민」추기경이 다시는 항가리로 돌아갈수 없음을 전제한 것으로 보인다.
민첸티 추기경은 1892년 3월 12일「체히민첸티」에서 태어나「숌바탤리」에 있는 신학교에서 수학, 1915년 6월에 사제로 서품됐다.
1차 세계대전 중에는 교편생활을 하다 공산당에 체포된 적도 있었다.
그 후 시골본당에서 활동하다「베즈프렘」의 주교로 임명됐다. 1944년에는「에즈테르곰」의 대주교로 임명되고 이듬해엔 항가리 최고성직자로 임명되는 한편 1946년에는 삐오 12세에 의해 추기경으로 승품되었던 것이다. 일반적으로 그의 성품은 완고하고 비타협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져있다.
그는 한번도 뵈온적이 없는 두 교황(요한 23세 바오로 6세)을 섬겨왔다. 그가 도착한 28일은 세계 주교 시노드를 이틀 앞두고 있었지만 이를 알 까닭이 없었다.
시노드 개막 공동미사 집전은 민첸티 추기경에게는 생전 처음 경험하는 것이었다. 교황은 시노드 개막미사에서 민첸티 추기경을『오랫동안 동경해온 손님』이라고 말하고 그에게 자기 가슴십자가와 금반지를 끼어주기도했다. 민첸티 추기경이「로마」로 오게 된 제일 직접적인 동기는 교황의 끈질긴 권유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79세의 노령으로 미 대사관에서 그의 건강을 보살피기 어려웠을뿐만 아니라 악화일로의 건강상태는 교황의 근심을 점점 증가시켰던 것이다. 이제 민첸티 추기경은「로마」로 왔다. 그러나 민 추기경을 떠나보낸 항가리와 항가리 국민들은 슬픔에 젖어있을 것이 분명하다. 교회 냉전의 영웅이 더 이상 건재하지 못한 것이 그들에게는 최대의 비극이 된지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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