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순교 복자회 황 베드로 修女가 「삼월」외 7편의 작품으로 금년도 제1회 새싹문학상을 수상했다. 이번 본보에서는 아동문학계의 새얼굴을 찾기위해 마련된 황 수녀의 童詩의 世界를 아동문학가 박홍근씨로부터 알아본다.<편집자 註>
우리나라에는 남성의 동시인(童詩人)은 많다. 그러나 여류(女流)의 동시인은 거의없는 실정이다. 그러한 점에서 볼 때 이번에 童詩에 의해서 「새싹아동문학상」을 받은 황 베드로 수녀는 귀한 존재가 아닐수 없다.
동요나 동시도 시문학 (詩文學)의 하나의 쟝르이다. 그러므로 무엇보다도 작품이 시로서 손색이 없어야 한다는것은 말할나위 없는 일이다.
어린이를 위한 시는 쉽기 때문에 간단히 쓸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어린이를 위한 시의 창작은 그 작자에게 이중의 부담을 요구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어린이를 위한 시도 물론 시이기 때문에 어른들이 읽어도 좋은 試여야 한다. 그러한 시는 발상(發想)이나 시어 (試語)나 표현이 단순함에도 불구하고 어른들을 위한 시와 마찬가지로 어려움이 있다.
그러한 점에서 볼 때 좋은 시를 쓰는 어려움은 어른들을 위한 시와 조금치도 다를바가 없다. 게다가 대상이 되는 어린이들은 지능의 발달이나 이해력 인생경험이 어른들과는 다른 일정한 한계가 있다. 그 한계가 어른들의 시를 지을 때에는 없는 하나의 어려움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어른들은 모두가 어린시절의 있었기 때문에 그 기억을 살리면 간단하지 않느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자기 자신의 어린시절의 기억이 중요한 경험내용(經驗內容)으로서 재현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동요나 동시를 지을수 없다. 왜냐하면 어른은 어린시절의 생장(生長)이기는 하나 결코 어린이 그 자체는 아니기 때문이다.
나비가 애벌레가 아닌것과 같이 다시 한번 애벌레로 된다고 해도 생각하기처럼 잘되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어른이 어린이를 위한 시를 짓는다는것은 본질적 의미에서 무리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어른이 어린이들을 위한 시를 짓는데는 여러가지 천부적(天賦的)인 재질이 문제가 된다.
동화 「마지막 수업」의 작자인 프랑스의 유명한 작가 알퐁스ㆍ도데의 형인 에네르스는 도데에 대해서 『알퐁스는 남의 상처에 붕대를 처매주고 그 아픔을 쓰다듬어주지 않고서는 견딜수 없는 마음의 소유자이다』라고 평했다.
하늘에서 방울소리가 들려오는것 같은 느낌을 주는 말이다. 어린이를 위한 훌륭한 문학작업은 도데와 같이 때가 묻지않는 애정의 소유자가 아니고서는 안된다. <아동문학을 내세워 사업을 하는 작가도 있기는 하지만…>
황 베드로 수녀의 첫동시집 「조약돌 마을」의 동요와 동시들에서 나는 따스한 마음 다시 말해서 도데와 같은 세계를 발견할수 있는 것이 기뻤다.
그것은 어떤 경향이나 이데올로기로서가 아니라 인간 <黃 베드로 수녀>의 마음속 깊이에 잠재해있는 세계이다. 그러기 때문에 존귀한 것이다. 황 베드로 수녀의 동됴와 동시는 그 모두가 햇빛처럼 밝은면을 지니고 있다. 따뜻한 애정의 작품도 많다. 그리고 천진난만한 동심에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동심이라는 것은 어린이의 자체의 것이라기보다 티없는 구슬같은 마음을 말한다. 어른이 되어서도 그것을 잃지않고 있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그것을 그대로 지닐수 있는것도 아니다. 아름다운 천성을 지니고 있는 사람만이 비로소 갖는 경지인 것다.
어린이의 마음을 존중하고 또 소유하는 황 베드로 수녀의 눈은 동시에 자연에 대해서도 두터운 애정을 갖고 자연에서 깊이와 놀라움과 기쁨을 맛보고 있다. 바람 구름 풀 나무 그러한 자연은 소리가 없다. 표정도 없다. 그러나 황 수녀는 자유롭게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한다. 어린이들처럼… 그러므로 시의 소재가 될 수 없을 것 같이 생각되는 것도 황 베드로 수녀에게 있어서는 좋은 동요와 동시가 되는 것이다. 『조약돌 마을』에 수록된 작품들 중에는 어느면에서 보면 형식이나 내용이 참신하지 못한 것도 더러 있으며 시적 기교가 약하고 시정이 강하게 풍기지 못하는 작품도 있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 「새싹아동 문학상」의 대상이 되었던 작품 중의
<삼월>
조그만 봄바람이
아직도 춥다고
양지쪽 잔디에
사이사이 숨었는데
아지랑이는 심심해서
물오른 가지 끝에
매달린다
장미도 오늘
짚을 벗었다
<나팔꽃>
부신빛 싫어서
이슬 털고 핀다.
날마다
하나
메꽃
잠꾸러기 싫어서
새벽에 피고 간다
일찍 깬
아이하고만
웃고.
이러한 작품들은 「조약돌 마을」 이후의 일단의 정진을 보여주고 있다. 「삼월」과 「나팔꽃」 을 비롯한 몇편의 동시는 「조약돌 마을」에서의 환상풍인 세계에서 사실(寫實)적인 경향으로 넘어가고 있는 자세를 보여주며 또 이미지가 선명하고 시적 기교면에서의 향상과 시정(詩情)을 안겨주는 차원이 높은 작품들이어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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