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안(碧眼)의 외국수녀가 서울 변두리 시내버스 차장 합숙소를 찾아 격무와 타성에 남성화(?)해가는 차장아가씨들을 조용히 격려하여「여성답게」살아가는 지혜를 키워주고 있다. 『여자가 하루 18시간씩이나 서서 일하면 병 안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월급도 적지요 또 윤리적으로 위험한 상태에 놓여있어요. 내일의 어머니가 될 여차장들 생활이 말이 아닙니다. 』
노틀남수녀회 한국분원장 늘트엠 알렉산드라 수녀는 그가 본 여차장들의 생활을 심각한 표정으로 설명하면서 4년된 한국어 실력이 안타까운지 옆에 앉은 한국인 신 프란치스까 수녀의 도움을 청한다. - 수녀원 활동이라면 의료교육 자선사업을 생각하는데 여차장 계몽사업은 좀 특이한 느낌이 듭니다-.『물론 우리도 교육·의료사업 관심 많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여차장 문제는 아주 심각한 문제입니다. 세계 어느곳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현상입니다. 교회가 가난하고 외롭게 사는 사람들 위해 일하는거 특이한 일 아닙니다.』
겨울이면 동상에, 여름엔 무좀에 시달리고 여성에겐 치명상인 냉병을 앓고있는가 하면「삥땅」을 둘러싼 죄의식 속에 여차장들의 몸과 마음은 지칠대로 지쳐있고 대부분 교육적령기를 놓친 때문에 자신을 「여성」으로 성장시킬 의욕을 상실한채 하루 18시간 중노동속에 시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일을 시작하게 된 동기를-
『68년 성탄때 이들을 집으로 초청해서 환담했습니다. 이때 우리가 생각할 수 없는 어려움속에 살고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래서 69년봄부터 수녀 두명을 수유리 차장 합숙소에 파견해서 몸가꾸기 꽃꽂이 같은 우선 정서에 필요한 것들을 가르쳣습니다. 』
그 후 회사의 양해 아래 이들을 서울 계동에있는 수녀원에 모아 3개월 코스로 육아법, 가계부 기록법, 환경위생, 건강관리, 곷꽂이 등 여자가 갖추어야할 기본교육을 실시해오고 있는데 수료자가 1백명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어려움은 없는지요?-
『첫째 손이 부족해요. 한국에 진출한지 4년밖에 안돼 식구가 서울·부산을 통틀어 9명(독일인3 한국인6)밖에 없어요. 그리고 처음엔 이들 회사에서 뭐 이상한거나 가르치지 않나해서 퍽 경계했어요.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67년 한국에 오기 전 이태리·브라질·미국 등지에서 교육 및 의료사업에 오랫동안 종사해왔다는 알랙산드라 수녀의 독일인 특유의 꾸밈없는 밝은표정은 그것만으로도 승객의 냉대, 여감독의 몸수색, 사회적 열등감속에 찌들어온 한국의 단면「여차장」들에게 큰 위로가 되없음직하다.
『우리일 하나도 자랑거리 아닙니다. 그렇게 하는것 우리사명입니다. 미래의 어머니들이 우리의 조그만 노력으로 생기를 되찾고 내일에 대한 희망을 갖게된다면 한국의 내일이 밝아진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언제나 이러한 여성들을 위해 수녀원을 개방하고 있고 같이일할 사람을 환영합니다.』
<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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