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대구대교구 가톨릭 노동청년연합회는 지난 4일 월레회에서 13세때 어머니와 헤어진 후 8년동안 가족들을 찾고 있는 동연합회 신암동「섹션」회원 김순자 (막달레나ㆍ20)양의 어머니 찾기 운동에 발벗고 나설 것을 결의했다. 이날 젊은 남녀 노동투사들은 너무나도 가난했기에 어머니 안갑순(50) 여사와 헤어져야만 했던 김양의 가족찾기 운동에 최대한의 노력을 다할 것을 다짐하는 한편 전국의 신자 노동청년 회원들의 협조를 호소했다.
김순자양이 어머니 안 여사와 헤어진 것은 13세의 어린나이로 어느 상이군인의 집으로 갔을 때이다. 서울 영등포구 3동이 고향이란 것만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는 김양은 어머니의 행상으로 용산국민학교를 2학년까지 다녔다. 아버지 김천보(59)씨와 별거중이던 어머니는 가족들을 이끌고 64년 살길을 찾아 대구로 내려왔다. 대구시 신암동 새마을 대구선(大邱線) 철둑밑에 방 한간을 얻고 어머니 안여사와 오빠 해도씨, 동생 후자, 해남, 해룡군 등 6식구의 새 삶이 시작됐다. 비록 낯선땅이긴 했어도 어머니가 칠성시장에서 채소, 과일장사로 얼마씩의 돈을 벌어 하루 세끼 죽이라도 먹을 수 있었다. 이때 베네딕또 수녀회 부원장 박정덕(콜룸바) 수녀가 이들의 딱한 처지를 듣고 직접 집안을 돌아보고 매월 가톨릭구제회(NCWC)에서 지급하는 양곡배급을 탈 수 있도록 주선해주었다. 어머니 안 여사는 64년 딸에게 배라도 곯리지 않겠다는 생각에서 김양을 모 상이군의 집에 맡기게 됐다. 여기서 은주라는 딸아이를 돌보며 얼마를 지나다 서울에 있는 은주할머니 댁으로 다시 가게됐다. 그 상이군인이 와서 사정을 얘기할 때 딸을 멀리보내는 것이 어쩐지 불안해서 처음엔 거절했으나 결국 승락하고 말았다. 아직도 어머니 밑에서 한창 응석을 부릴 어린나이의 딸을 멀이 보내는 모정은 찢어지는듯 아팠다. 어머니와 헤어지지 않겠다고 몸부림치는 딸의 손을 꼭잡아주며『가거던 몸 조심하고 할머니 시키는 말 잘들어라』고 흐느껴 타일러 주던 어머니의 말이 어머니가 남겨준 마지막 말이 될 줄은 떠나는 딸도, 보내는 어머니도 몰랐다. 서울서 4년간 은주할머니의 장사를 도우며 살다 가족들이 그리워 무작정 가출, 어머니를 찾아 대구로 내려왔다. 열차가 어느 조그마한 역에 도착했을때 서울서 이사오며 엄마랑 오빠와 손을 잡고 내렸고 서울로 갈때 엄마와 울며 헤어졌던 대구역인것 처럼 보였다. 정신없이 뛰어내려 나가보니 그곳은 성안이라는 조그마한 시골역이었다. 여기서 어느 아주머니의 도움으로 몇달을 보냈다. 한푼 두푼, 용돈을 모아 다시 그 집을 뛰쳐나와 대구로 내려왔다. 정신없이 집으로 뛰어갔으나 어머니와 가족들은 없었다. 그를 맞아주는 사람은 웬 낯선 아주머니였다. 한편 딸을 서울로 보내고 눈물로 세월을 보내던 어머니 안여사는 서울로부터 딸이 내려갔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러나 딸은 오지 않았다. 서울도 가보았으나 김양은 없었다. 미친듯 헤매며 딸을 찾았으나 찾을 길이 없었다. 찾기 지친 안여사는 남은 식구들을 위해 김양이 돌아오기 직전에 새 삶의 터전을 찾아 떠나고 말았던 것이다. 김양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이때까지 남은 가족들을 도와주었던 베네딕또회 박수녀는 김양을 수녀원으로 데려왔다. 베네딕또회 주방일을 도우며 지금 곧 어머니가 나타날 것만 같은 착각속에 벌써 5년을 보냈다. 모든 것이 주님의 뜻이라고 체념도 해보았으나 어머니의 얼굴은 날이 갈수록 점점 더 그리워만 지고 있다. 그동안 서울ㆍ마산 부산 등 김양 가족들이 갈만한 곳은 다 찾아보았다는 박 수녀는 너무나도 가난했기 때문에 헤어져야만 했던 이들 모녀의 상봉을 위해 『전국의 신부님과 신자 여러분들의 협조를 빈다며 전국신자들의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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