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안의 한 프랑스 신부가 난해하기 이를데 없는 불교학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있어 이색적인 화제가 되고있다. 「빠리」외방전교회 소속의 로제르르 베리어(43) 신부가 바로 화제의 주인공. 그는 15년 전부터 한국에 거주하면서 여동찬이란 한국명까지 갖고있는데 이 신부의 불교학 연구는 외국인들이 가끔 호기심으로 관심을 가져보는 그런 정도가 아닌 그야말로 본격적인 불교수업이다.
지난 69년 2월부터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원에서 연구를 쌓은 끝에 2월27일의 졸업식에서는 프랑스 대사 등 각계 인사 축하를 받으며 불교학 석사학위까지 받게 되었을뿐 아니라 스님들을 포함한 한국 불교도들을 누르고 수석졸업의 영광을 차지하게 되었다니 우리나라 대학 사상 하나의 이변(?)이 아닐 수 없다.
그의 학위논문은「고려시대의 호국법회에 대한 연구」인데 이 석사논문을 위해「고려 대장경」「삼국사기」「삼국유사」등 30여 권의 전문서적을 통독해야만 했다. 서양 사람으로서 그렇게 어려운 책들을 어떻게 읽었을까 의심이 갈 만도 하지만, 여 신부의 한국어 실력은 가히 국문학자급, 한글은 물론이고 한문도 2만여자를 익히고 있다. 「호국불교」에 대한 연구를 논문 테마로 잡은 이유를『한국의 불교가 난국의 시기에 불과 독신의 보호를 입으려는 경향이 뚜렷한데 흥미를 느꼈기 때문』이라고. 남프랑스의「노르만디」가까운 조그마한 산촌마을「랭드」가 여 신부의 고향인데 그의 표현을 빌면 우리나라의 무주 구천동 격이라나. 1953년「빠리」외방전교회 신학교를 졸업하고 신부가 된 후 우리나라에 처음 온 것은 56년 5월.
呂 신부는 안동교구내에서 7년, 그리고 청송 영주 등 여러해를 묵으면서 사목에 종사해왔다. 그가 본격적으로 불교에 심취하기 시작한 것은 안동에 부임하면서였는데『근처에 대원사라는 절이 있어 이웃사촌끼리 인사나 나눌 겸 찾은것이 인연이 되었다』고. 이때부터 싹튼 呂 신부의 불교에 대한 집념은 종교를 달리하는 서양인이라는 신분 때문에 주위의 오해는 물론 언어와 풍속에서 오는 여러가지 어려운 조건을 극복하느라고 무던히 고생도 했단다.
어려운 한문공부를 하는 한편 틈틈이 전국 사찰을 순방하며 스님과 같이 생활하는 등 몸으로 불교를 익힌 呂 신부는 동대불교대학에 입학한 후 본격적으로 김동화 박사의 개인지도를 받았다. 법화경 화엄경 등 어려운 경전을 공부하느라 수없는 밤을 지새고 광릉의 봉선사에서는 두달간 수도생활을 하면서 몸소 능엄경을 익혔다.
때로는 가톨릭신부가 너무 불교에 몰두하지 않느냐는 신자들의 항의로 받았지만 종교가 다르더라도 종교인끼리 적대시하지 않고 서로 이해하며 인연을 맺는 것이 현대 종교인의 자세라는 것이 자신의 신념이라고 한다. 이를 실천키 위해 종교교류의 한 방편으로 얼마전 프랑스 분도수도원과 교섭해서 두명의 한국스님을 유학보내게 되었다고 한다.
김치ㆍ깍두기 심지어는 보신탕까지 입에 맞는다는 이 신부는 불교학 박사과정도 계속 밟을 준비를 하고있다. 요즘의 새로운 연구과제는 「토착신앙과 불교와의 관계」ㆍ불교와 가톨릭과의 공통점을 묻는 질문에『불교의 자비사상과 기독교의 애덕사상은 물론 출가수도하는 점 등이 비슷한 것』같다고. 오는 6월엔 휴가차 고향에 들리는데 그곳에 머무는동안 고국인들에게 한국불교의 참뜻을 알려주겠다고. <同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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