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수도생활을 통해 평생을 천주께 바치려 했던 희망이 끝내 이루어 지지 못한 것이 한(恨) 이었습니다. 그러나 수녀복을 입어본 이상 기도하며 불쌍한 이들을 위해 자신을 바치겠다는 생각으로 조그만 노력을 기울였을 따름입니다』…○
서해의 낙도, 선유도(전복 옥구군 미면 선유도)를 스스로 찾아 어린이들을 교육하다, 섬 개발에 바친 7년에 걸친 사랑의 봉사로 올해 3ㆍ1문화상(근로부분) 수상자가 된 배처자(61ㆍ데례사 김제여중고 교장) 여사는 환갑의 할머니 티라곤 조금도 찾아볼수 없을만큼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찾아간 기자에게『별로 한 것도 없는데 사람들이 너무 추겨세워 놓아 수상식때 부끄러워 우짜노』하며 걱정(?)을 털어놓는다.
64년 군산에서 22마일, 뱃길로 한나절이 걸리는 고군산열도 16개 섬 중의 하나인 선유도에 배 여사가 처음 발을 디뎠을땐 문화시설은 커녕 주민(1천40명) 95%가 차라곤 구경해본일 없는 가난하고 뒤진 섬이었다.
경남여고를 졸업, 일본에 건너가 1933년 일본 동경여자 음악 및 체육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배 여사는 중학 2학년때 대대로 불교집안인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가톨릭에 입교한 후부터『웬지 수녀가 좋아』그 해 바로 샤르뜨르 성바오로 수녀회에 들어갔다. 수녀로 있으며 대구 효성여학교 전주 성심여중고 마산 성지여중고에서 교편을 잡고 교직에 봉사해온 배 여사는 수도생활 22년째인 55년 충남 공주에 있는 어느 유치원에서 휴양중 교실에서 넘어져 졸도, 오른쪽 안면신경이 마비되는 시련을 맞았다.
수녀원에서 치료했으나 별 차도가 없자 고향인 부산으로 돌아가 요양, 3개월후 다시 수녀원으로 왔으나 재발, 결국 56년 수녀생활을 포기하고 나올수밖에 없었다.
그 후 병세가 많이 나아진 배 여사는 서울 수도여중고 전북 함열여중고등에서 교편을 잡으며 비록 수도생활을 통한 규칙적인 봉사활동은 못해도 스스로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따라 수도복없는 수도생활을 하며 자신을 바치기로 결심했다.
선유도를 알게 된 것은 63년 함열여중고 교감으로 있을때 군산 월명동 주임으로 있던 김이환(스떼파노) 신부로 부터였다.
평소 외딴섬이나 벽지에 가서 전교도 하며 어려운 사람들과 고락을 같이하기를 원해온 배 여사에게 김 신부가 하루는『마땅한 곳이 있다』면서 월명동본당이 선유도에 공소용 건물을 마련했는데 아무도 가려하지 않아 걱정이라며 한번 가보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이때 배 여사 나이 54세, 서울 모여 고의 교감으로 발령설이 있을때였다.
선유도에서 7년간 배 여사는『여자로서 감히…』하고 의아해할만큼 많은 일을 해냈다.
여기서 배 여사는 신자가 단 1명이라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그것도 조당중에 있는 여자였다.
주민은 오랜 미신에 젖어있었다. 낮엔 학교일을 돌보고 밤엔 주민들을 모아 한편 나태와 의존이 몸에 배인 주민에 앞장서 양계와 양돈을 시작, 시범을 보였고 공동우물 탁아소 길닦기 등 역사(役事)를 벌였다.
어떤 때는 목수도 되고 미장이가 되는가 하면 짐군노릇을 연약한 여자의 몸으로 억척스럽게 해냈다. 69년엔 대구 바오로 수녀원의 지원으로 진료소를 세웠다.
또 인근 16개 도서 국민학교가 서울시내 국민학교와 자매결연을 맺게함으로써 영화「수학여행」의 소재가 된 8백여 국민교 어린이들이 꿈에만 그리던 서울 수학여행을 실현시킨 일은 가장 잊지못할 일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지금은 신자가 9명으로 늘어났고 40여명이 영세준비를 하고있다면서 그때는 꼭 가보겠노라고 한다.
지난해 12월20일 김제여중고 교장으로 발령될 때까지 선유도에서 보낸 7년간의 봉사는 이「그리스도의 제자」에게 68년「향토문화상」과 경향신문사 제정「국민이 주는 희망의 상」에 이어 이번에 세번째의 영광을 부여했지만 본인은 부끄러워할뿐『지금이 61세, 아직 몸이 성하지만얼마나 더 일할 수 있을는지』하며 창 너머 교정으로 시선을 보낸다.
조그만 체구에 자애가 가득 담긴 눈 그리고 패기에 넘치는 목소리, 인간의 힘으로 넘길수 없는 어려운 고비마다『나를 버리지 마시고 북돋아 주십시오』하는 기도와 함께 그가 바친 60여 생애는 오직「사랑」그것으로 꽉 채워져 있었고 앞으로도 그러리라. <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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