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전례위원회에서 이번에 미사통상문 개정안(공동체 미사 차례)을 많은 작업을 거쳐 공시했다.
제2차 바티깐공의회 이후 공의회의 현대화 정신에 따라 미사통상문(ORDO MISSAE)이 제정되고, 한국천주교 주교회의에서도 현대 한국어에 맞는 미사통상문을 제정한 이래 20년 이상 써 오던 기도문을 세계성체대회를 계기로 개정하게 된 것이라 한다.
1968년 현행 미사통상문을 제정한 이후 부분적인 수정이 없었던바 아니나, 어법상으로나 어감, 문체상으로 불합리하고 어색한 점을 그대로 둔 채, 현행 미사통상문이 신자들의 입에 익어버려 통용되어 왔었는데. 이번에 과감히 개정하기로 결정한 것을 크게 환영하는 바이다. 기도문은 한번 제정되면 쉽게 신자들에게 관용화되기 대문에 개정이 쉽지 않은 점을 감안하여, 이번기회에 불합리하고 어색한 점을 철저히 배제하고 아름다운 기도문이 되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필자들은 필자들 나름의 전공지식을 총동원하여 개정안을 검토하고 여러 차례의 토론가 의견 청취(특히 기도문에 습관화되지 않은 새영세자들의 의견을 많이 들었음)를 거쳐 다음의 건의안을 제시한다.
이건의안을 작성하는 본 태도는 다음과 같았다.
1, 현대 한국어법에 맞지 않은 것(특히 경어법, 호응)은 과감히 수정한다.
2, 공적인 미사전례에 쓰이는 것이므로 하느님을 최고의 경어체로 표현한다.
3, 천주교회만이 써 오던 관습적인 용어는, 교회밖에 같은 용어가 있을 때 과감히 교체한다.
4, 새 맞춤법, 표준어, 규정에 따른다.
5, 개정안과 상관없이 라띤어, 영어, 일본어. 기도문(현행)을 번역에 참고한다.
이상의 원칙에 따라 건의안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어법, 어휘에 관한 것은 주로 국어학 전공의 김동조(金東昭)씨가 문체, 어감에 관한 것은 국문학전공의 김영수(金永銖)씨가 담당했음)
1, 「천주」와 「하느님」의 통일 : 한국천주교회에서 전통적으로 써 오던 「천주」란 용어는 제2차 바티깐공의회 식후 「하느님」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지금껏 각종 기도문에는「천주」란 말이 그대로 쓰였는데 이번 개정안에는 두 가지 용어가 함께 쓰이고 있어 신자들에게 혼란을 일으킬 염려가 있다. 이번 기회에 「하느님」하나로 완전 통일하는 것이 좋겠다. 라띤어 원문도 DEUS로만 일관되어 있고 영어, 일본어 기도문도 마찬가지다.
2, 「주」와「주님」의 통일 :「주」란 말은 복합어의 경우(예컨대「주 예수그리스도」)에만 쓰고 홀로 쓰일 때는「주님」으로 표현해야한다.
3, 호격(呼格) 사용 : 현대 한국어에서는 원칙적으로 손윗사람을 부를 때는 호격조사를 붙이지 않는다. 「-여」라는 호격조사도 경어법에서 사용되어서는 안되고, 꼭 쓰려면 「-이시여, -시여」라는 조사를 붙여야한다. 「주여」라는 말은 너무 관용적이어서 우리가 잘 느끼지는 못하고 있지만 사실은 경어법상으로 보아 아주 잘못된 표현이다. 「주님」으로 족하고. 꼭히 호격조사를 함께 쓰려면「주님 이시여」가 옳다.
4, 「-나이다」와 「-(으)옵니다」 : 「-나이다」는 15세기 한국어의 「-ㄴ이다」가 변한 말로서, 15세기에는 경어체였으나 현재는 의고적(擬古的)문체로만 사용될 뿐 경어의 의미는 상실되었다. 이 역시 기도문에서만 관용적으로 사용되는 표현인데 의고적인 것을 경어적이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으) 옵니다」로 바꾸어야 한다.
5, 「하소서」와 「하시옵소서」「해주시옵소서」 : 「하소서」는 경어체이기는 하나 상대를 크게 높이는 말이 아니기 때문에 하느님께는 「하시옵소서」가 옳다. 하느님께 직접적으로 부탁할 때는「해주시옵소서」로 표현해야 한다.
6, 「아버지」와 「아버님」: 하느님이란 어휘에 걸맞는 표현은 「아버님」이다. 경상도에서는「아버님」을 시아버지에게만 쓰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표준적으로는「아버지」의 경칭이 「아버님」이다 더군다나 하느님을 부를 때는「아버님」이라고 하는 것이 전체 정신에도 맞는다. 공적인 전례 행위에서는 하느님께 최대의 공경적(欽崇的)표현을 보여야 한다.
7, 경어적 조사(敬語的 助詞) : 하느님이나 그리스도께 어울리는 경어적 조사는「-께서, -께서는, -께서도, -이시여」등 이다.
8, 기타 어휘 : 「사흩날」은 조어적(造語的)이다. 「사흘째날, 3일째날」도 좋으나 「셋째날」로 족하다. 「공번된」은 폐어적(廢語的)이다. 한자말이기는 하지만 「보편적」으로 바꿈이 더 현실적이다. 「교황」이란 말이 「법왕(法王)」을 몰아내고 교회 안팎에서 관용화 되었다. 새로 원어의 뜻을 살려 말을 만들려면, 차라리 의미의 혼란이 있더라도 「교부(敎父)」가 더 좋지 않을까 한다. 「없이 하다」는 현행「없애다」가 더 친근감을 주며, 「전구자(傳救者)」는 의미가 정확하지 않더라도 중재자(仲裁者)가 무난할 것 같다.
「당신」이란 말을 3인칭에서 쓸때 퍽 품위있게 들리지만 너무 자주 쓰지말고 2인칭과 혼동될 염려가 있을 때에는 쓰지 않아야 할 것이다. 예컨대 주례사제가 향을 올리는 부제를 축복하는 말은『주님께서 당신의 마음과 입을 깨끗하게 하시어 주님이 복음을 온전히 전포하게 해 주시옵기를 비옵니다』로 고침이 더 좋겠다 (개정안의 「오롯이」란 말은 「호젓하게, 고요하고 쓸쓸하게」라는 뜻이므로 잘못 쓴것임). 성호경은 영어와 일본어 번역처럼 과감하게『아버님과 아드님과 성령의 이름으로』라고 고쳐보면 어떨는지? 그렇다면 「성부, 성자」라는 용어도 일제히 고쳐야 한다. <계속>
[미사통상문 개정안 의견서] 김동소(효성여대)·김영수(안동대) 교수 (상)
68년도 기도문은 어법, 문체상 불합리
천주는 하느님, 주는 주님으로 해야
발행일1989-08-06 [제1666호, 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