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향에 돌아온 것 같이 기뻐요』포교성베네딕또 수녀회 제6대 총원장 링크 젤뜨루드(LINK GERDRUDㆍ64) 수녀는 내한한 소감을 이렇게 말한다.
사실상 링크 수녀가 총원장 자격으로 한국에 온 것은 두 번째이지만 한국 포교성베네딕또수녀회와는 창립 시절부터 인연이 깊은 사이다.
한국 성씨로는 임 수녀로 불리워지기도 한 그녀가 한국분원과 첫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933년. 현재 대구에 피난하기 전인 원산 시절이다.
그 당시 25세의 젊은 예비수녀로 파견되어 2년 후 1935년 원산분원에서 첫 서원식을 올린 후 38년 종신서원을 약속함으로써 한국 자매들과 공동 운명체가 될 것을 결심했다. 그 후 한국분원장에 피명, 49년 납치되기 전까지 수도회 초창기의 분원장으로서 갖가지 어려움을 겪었다. 그 후 설상가상으로 한국 역사의 탁류에 휘말리어 49년 5월 11일밤 불시에 공산군들에게 납치 당해 베네딕또회 성직자ㆍ수도자 65명과 함께 생각만해도 끔찍했던「죽음의 행진」대열에 끼게 됐다. 만 4년 6개월 간 완전히 외부와 차단된 채 공산군들의 총칼 아래 감시를 받으면서 하루 10~14시간 동안 강제 노동을 강요 받으면서 노예생활을 했었다.『아마 1년만 더 계속됐더라면 저도 예비수녀나 푸르크투오자 수녀들처럼 죽었을지 몰라요』얼마나 고통스러웠던 날들이었는지 회상하는 그녀의 눈망울 속에서 느낄 수 있다.『더욱 불안한 것은 언제 죽일지도 모르는 기약 없는 사형수와 같은 존재라는 것이었어요』다행히 휴전 협정 후 포로 교환으로 독일 모원에 돌아온 임 수녀는 영양실조증과 갖가지 병으로 병석에 눕게 됐다. 2년 간 모원 수녀들의 정성어린 치료를 받으면서도 임 수녀는『나는 한국에 돌아가야 병이 낫습니다』하면서 다시 한국에 파견될 것을 총원장에게 청원, 여독을 제대로 풀지도 못한 채 자원해서 다시 56년 대구분원의 수련장으로 부임하여 67년「로마」에서 열린 총회에서 제6대 총원장에 피선돼 이한할 때까지 한국 수녀들의 인자한 어머니가 되어 왔다.『그때 사실상 한국분원장 대표로 참석했을 뿐예요. 그래서 돌아올 비행기표까지 준비해 뒀거든요. 아 그런데 운 나쁘게도 제가 잡히고 말았어요』얼마나 한국을 사랑했으면 총원장 자리도 마다했을까 대구분원에서는 총원장이 됐다는 소식을 듣고 몇몇 수녀들은 며칠 동안 눈물로 밤을 지새기도 했단다. 한 수녀는『우리 총원장 수녀님은 끝없는 자비 인자하심을 지닌 어머니예요』하면서 포근히 감싸 주는 사랑의 어머니라고 그 인품을 말하면서 짧으나마 한국에 머물게 된 것을 기뻐한다. 이와 같이 임 수녀는 25세의 젊은 나이에 한국에 파견된 후 한국인으로 다시 탄생되어 포교성베네딕도회 수녀들의 어머니가 된 것이다. 죽음의 행진도 그 어떤 고통도 마다하지 않고 묵묵히 감수해낸 어머니 그리고도 부족해서 자식을 못 잊어 애타는 어머니 같이 다시 찾아와 보살펴 주는 따뜻한 손길 그녀의 체취엔 한국의 얼이 새겨져 있다. 외모만 외국인의 이색을 지녔을 뿐 그녀는 분명 한국인이다. 한국말은 물론 억양까지도 어색하지 않게 이야기를 나눌 뿐 아니라 한국의 음식과 자연을 사랑한다.『이제 4년만 있으면 이 무거운 짐을 벗게 돼요. 그러면 또 다시 한국에 돌아올 겁니다. 한국은 확실히 내 고향입니다』면서 고향인 한국에 묻히고 싶단다.
링크 총원장 수녀는 11월 14일까지 한국에 머물면서 한국분원의 여러 가지 실정을 시찰한 후 미국으로 떠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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