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뚫렸다. 27년 만에. 온 국민의 기대와 염원 속에 그리고 온 세계의 시선이 쏠린 가운데 한국 적십자단 일행과 보도진 54명은 어쩌면 밟을 수 없을 것 같았던 평양 땅을 밟았고 볼 수 없으리라 추측했던 그리운 조국의 산하를 똑바로 보았다. 이번 대표단 중에서도 이범석(李範錫) 수석대표를 보좌하면서 일선에서 항상 바뜨게 보낸 한적(韓赤) 대변인 정주년(鄭주년ㆍ36ㆍ바오로) 씨를 만나 평양에 다녀온 소감을 들어 보았다.
4박 5일 간 약 1백1시간 동안을 평양에 머물면서 하루 평균 3ㆍ4시간밖에는 자리에 눕지 못했어도 누구보다 분주한 일정을 보낸 탓으로 북한 측 대표들로부터도「정력적」이란 평을 들은 정 대변인도 긴장이 풀려서인지 피로에 지친 안색이다. 그는 먼저『남과 북의 체제(體制)와 생활양태가 현저하게 다르다는 것을 이 눈으로 똑바로 보고 왔습니다. 그러나 인도주의 입장에서 계속 성의있게 밀고 나가면 성공하리라고 확신합니다』라고 장도(壯途)의 첫 발을 딛은 소감을 말한다.
8월 30일 오전 10시 평양 대동강회관에서 역사적으로 막을 올린 남북 적십자 제1차 본회담을 끝마친 후 북한 적십자 측이 마련한 각종 연회에 참석하고 평양과 개성의 그리운 산하를 굽어보면서『더욱 이산가족의 뼈아픈 고통을 실감했다』면서 정 대변인은『하루 속히 만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재다짐한다.
북한 기독교 지도자로 알려진 바 있는 강양옥이 어느 오찬회 석상에서『하느님의 존재를 믿느냐』는 우리 기자들 질문에『내가 목사인데 안 믿을 수 있느냐』고 대답했으나 실제로 기독교인 수와 교회 수에 대해 묻자『혹시 지방에 있는지 모르겠다』고 얼버무린 사실을 보더라도 북한의 종교 부재를 추단케 했었다.
정 대변인은 가톨릭 신앙인으로『평양 시내를 순회하면서 아무리 성당을 찾으려고 애써 봤어도 그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고 종교 부재 사실을 뒷받침해 준다.
사실상 북한에는 신앙의 자유를 상징하는「기독연맹 중앙위원회」「불교도 중앙위원회」와「천도교 청우당」등이 조직돼 있고 또한 그들의 헌법 제14조에서도「공민은 신앙 및 종교의식의 자유를 가진다」고 종교의 자유를 외형상으로 인정하고 있다.
북한의 종교 탄압 첫 조치는 46년 3월 토지개혁 당시 교회와 사찰 등 종교 제단에 소속된 1만5천여 정보의 토지를 무상으로 몰수한 것이다. 그 후 8일「중요 산업 국유화」법령에 따라 종교단체 소유의 재산을 완전히 몰수 기능을 마비시켰고 6ㆍ25동란 후 파괴된 종교시설들을 복구하기는 커녕 기존 시설물까지 징발, 공장 탁아소 협동조합으로 적용했다.
그러나 아직도 목숨을 내건 열심한 신자들의 모임인 소수의 비밀 지하교회가 있음을 우리는 지난 7월 15일에 있었던「교회 지도자 세미나」보고에 의해 잘 알고 있다.
이에 대해 정 대변인도『종교 즉 신앙심이란 인간이 날 때부터 누릴 수 있는 인간 기본의 신(神)적 성향(性向)이다』라고 정의하면서『인간이 자유롭게 자기가 원하는 종교를 택할 때 침된 신앙생활이 생긴다』고 그의 종교관을 피력한다. 4박 5일 간 평양에 체류하는 동안 북한 적십자 대표단들의 협조와 안내양들의 친절로 자연스럽게 지낼 수 있었다고 말하면서『이념과 생활 양태가 서로 다르다 할지라도 서로 간의 동포애를 공통 바탕으로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이제 겨우 시작된 남북한 적십자 회담의 결실을 풍성하게 맺을 수 있도록 노략하겠다』고 재차 강조한다.
요즈음 정 대변인은 겹친 피로를 채 풀 여유조차 없이 13일 서울에서 열릴 제2차 본회담 준비에 여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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