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5년 한국에 유학중 간첩협의로 체포 기소돼 사형판결을 받고 옥중에서 세례를 받은 재일교포 강종헌씨(37)가 감형조치로 지난해 12월말 수감된 지 13년 만에 석방됐다.
강씨는 올 4월 도일 후 6월 7일 일본 고지마치(髓町)성당에서 강연회를 갖고 옥중생활에서만난 성서 복음 그리스도가 어떻게 자신을 「삶」과 「양심」의 싸움에서 구원으로 이끌고 있었는지를 술회했다.
1951년생으로 「오오사카」 출신인 강종헌씨는 75년 서울대의학부에 유학중 국가보안법ㆍ반공법위반혐의로 체포 기소, 77년 사형판결을 받았었다. 다음은 강씨의 강연내용을 요약ㆍ정리한 것이다.
연행될 당시 나는 스스로 법에 저촉되는 일은 하지 않았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그다지 걱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혐의조사과정에서 그들은 밤낮없이 고문을 가하고 잠을 재우지 않으며 나의 의지를 완전히 굴복시켜 버렸다.
그들은 또한 자신들의 생각대로 강요, 조서를 꾸미게 했으며 물고문ㆍ전기고문 등 인간으로서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혹심한 고문을 계속 가했다.
그들은 이러한 집요한 고문행위를 통해 나로 하여금 패배감 굴욕감 좌절감을 느끼게 하고 정의감과 민족애를 완전히 짓밟아 버렸다.
50일 동안 계속된 고문을 통해 나는 완전히 굴복을 강요당했고 모든 힘과 의욕을 상실해 버린 상태였다.
그때 형무소에서 유일하게 허가되고 있었던 성서를 접하게 됐다.
처음으로 읽은 성서는 나에게 강렬하게 다가왔다. 특히 충격적이었던 것은 베드로가 스승 예수를 세 번 부인하는 부분이었다.
스승을 배반하고 좌절하고 있는 제자의 모습은 역시 좌절을 강요당한 나에게서도 발견됐기 때문이다.
또한 똑같이 좌절했던 유다와 베드로 중 한쪽은 절망으로 자살을 했고 다른 한 쪽은 그 좌절감을 극복, 예수의 가르침을 널리 전파하고 순교의 최후를 맞이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나는 권력 앞에 패배한 조국의 한 학생으로서 너무나 수치스러웠으며 최후의 순간까지 정의를 위해 싸우다 죽겠다고 다짐했다.
사형이 확정된 후 그들은 나에게 종교를 가지도록 권했고 나는 그것을 거부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누구 한명도 찾아오는 사람이 없던 나에게 가톨릭 측에서의 방문이 있었다.
그 당시는 나처럼 조국의 민주화를 외치다 수감된 정치범들을 지지해주는 일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
나는 가톨릭교리를 배우기 시작했고 77년에 세례를 받았다.
그해 12월 나는 김수환 추기경으로부터 옥중에서 견진성사도 받았는데 그때 추기경의 말씀은 아직도 내 가슴에서 불타고 있다.
『나는 당신이 사형수이기에 만나러 왔습니다. 예수도 옛날에 사형수였습니다.
더구나 똑같이 나라를 어지럽게 했다는 죄목으로…』
율법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억압받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나눠주며 하느님의 나라를 가르치다 죽음을 당한 예수의 모습은 나 자신이 법에 의해 고통을 당하고 소외된 것과 너무나 흡사했고 이것은 나에게 신선하고 감동적인 충격이었다.
나는 이러한 사실을 통해 지위도 명예도, 직업도 있는 모든 것을 버리는 한이 있어도 민중의 측에 서서 양심에 따라 끝까지 싸울 것을 배웠다.
착취와 억압이 없고 정의와 평화가 충만하며 사람들이 서로 고통을 나눌 수 있는 예수 그리스도가 제시한 사랑의 공동체가 바로 한국의 민주화가 지향하는 바이기 때문이다.
<일본 가톨릭신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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