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찍어요. 하나! 둘! 셋!』오늘도 화원유원지 부부 사진사의 손발은 바쁘게 움직인다. 신병을 치료하며 남의 도움만으로 연명해 오다 대구대교구「까리따스」의 주선으로 달성군 화원유원지에서 소풍객들을 상대로 영업용 사진을 찍고 있는 박옥수(미카엘ㆍ32) 서재희(마리나ㆍ27) 부부는 지난날의 악몽과도 같은 어려움에서 헤어나 검붉게 탄 건강한 얼굴로 새삶을 다져가고 있다.
몇 해 동안 계속 앓고 있는 신병으로 노동력을 잃고 거의 폐인이 된 채 베네딕또수녀원 가톨릭피부과병원 등의 도움으로 살아오던 박 씨 부부는 금년 5월 5일 대구대교구「까리따스」의 도움으로 화원유원지에서 영업용 사진업을 시작했다. 이를 위해 동「까리따스」는 각계의 도움을 얻어 이들에게 2만 원으로 카메라 1대를 구입 사진 촬영법 기타 필요한 기술을 습득시켰다. 5백 원짜리 월셋방에서 기적과도 같은 삶을 이어오던 이들 부부는 이때부터 힘찬 새삶을 다짐하며 나섰다. 화원유원지 번영회 관리인 최소봉(37) 씨의 도움으로 유원지 보트장에서 영업을 할 수 있게 된 이들은 유원지 넓은 백사장을 바쁘게 돌며 소풍객들의 요구대로 사진을 찍어 나갔다.
어느새 이 둘 부부에겐 정다운「부부 사진사」란 별명이 붙게 됐다.
사진술이 늘어감에 따라 이들의 수입도 늘어갔다. 소풍객들이 많던 봄철에는 평일에도 하루 순수입이 1천 원 선을 유지했고 일요일 같은 때는 2천5백 원을 기록했다. 생활의 안정을 얻게 된 박 씨는 조카의 집에서 더부살이를 해오던 장모 최막동(58) 여사를 모셨다. 요즘은 농번기여서 소풍객들의 발길이 뜸해져 이들의 수입도 눈에 띄게 떨어졌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그 힘들었던 생활도 참아온 이들은 이 정도의 어려움에는 별로 불안해하는 기색이 없다. 농번기가 지나면 무더위를 피해 야외를 찾는 소풍객이 늘어나게 되어 수입이 또 늘어날 것이라는 것이 이들의 계산이다. 앞으로 착실히 일해 자신들과 같은 역경에서 울고 있는 사람들에게 적은 힘이나마 보탬을 주고 싶다고 말하는 이들 부부는 금년의 경험을 살려 조금만 노력하면 내년에는 좀 더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 같다면서 그렇게 되면『조그만 흙벽돌집이라도 한 칸 마련할 계획』이라며 수줍은 듯 내일의 포부를 펼친다. 남의 동정에만 의지해 오다 이제 남을 도울 길을 찾고 있는 빨간 제모의「부부 사진사」는 오늘도 싱그러운 태양 아래 해맑은 미소를 머금은 채 보람된 삶의 터전을 닦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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