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 이래 길쌈과 수예는 농목과 더불어 인간이 자랑하는 가장 중요한 기술의 하나가 되어 왔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20세기 후반에 이르러 기계 문명이 극도로 발달함에 따라 거의 모든 생활 수단이 기계의 힘에 의존하게 되어 사람의 손에만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수예는 점차 일반의 흥미를 잃어가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기계 문명이 아무리 고도로 발달한다 해도 인간의 손을 전혀 필요로 하지 않는 일이 있을 수 없듯이 한 인간의 정성이 또박또박 수 놓여지는 수예란 결코 잊혀질 수 없는 기예라 하겠다.
한 땀 한 땀 엮어지는 5색실 바늘의 율동과 더불어 30여년, 반 평생을 살아온 동양자수가 박순경 여사(59·모니까)는『자수는 우리의 모든 감정의 굴곡들을 정화시켜 주고 여기서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조용한 분위기에서 온 정성을 쏟아 한 작품을 만들어 갈 때는 온갖 부심 잡념을 깨끗이 잊고 무아지경에 젖게 된다고. 특히『한 작품을 완성했을 때의 그 희열감은 체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좋은 그림 알맞은 실의 배색(配色) 그리고 정교한 자수 기교가 삼위일체가 될 때 훌륭한 작품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말하는 朴 여사는 이 중 배색이 잘못되면 그림 자체가 죽어 버리기에 자수의 생명은 배색에 있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자수를 하려면 우선 색감이 예민해야 된단다.
자수는 또 마음의 안정을 주고 생활 주변 미화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가정생활에도 보탬을 준다.
현재 박 여사의 문하에는 대구시내 기관장 부인들을 비롯 각계 각층의 가정 주부들이 자수를 배우고 있다.
주부들이 여가를 이용,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갈 때 그것은 비단 주부 혼자만의 일이 아니고 온 식구들 전체의 관심사가 되어 온화한 가정 분위기를 유지해 가는 데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부녀자들이 여가를 이용 틈틈이 손을 써 완성한 작품들의 전시회를 오는 10월경에 열 계획으로 요즈음은 그 준비에 여념이 없다.
원래 작년 가을에 계획했다가 작품 미비로 뜻을 이루지 못한 주부전(主婦展)을 금년에는 꼭 성사시킬 각오로 우선 10명의 주부들에게 개인 지도하고 있는데 이것이 끝나는 대로 오는 6월경 다시 희망자를 모아 지도할 계획이다.
농촌 계몽운동에 나서는 여학생들을 통해 시골 부녀자들에게도 자수를 보급, 정서 순화와 생활에 보탬을 주기도 한 박 여사는 요즈음 문하생 지도와 효성여대를 비롯 영남대학 계명대학 등 출강으로 틈이 없어 미처 손을 쓰지 못하고 있으나 내년쯤은 다시 이 활동을 벌여 볼 구상을 하고 있다.
색감에 특히 예민하여 쑥색·고동·회색의 間色을 즐겨쓰는 박 여사는 64년 서울에서 첫 개인전을 갖고 대구에서만도 68·70년 두 차례나 개인전을 개최, 동양적인 정서를 멋있게 살렸다는 격찬을 받은 바 있다.
『자수를 천직으로 알고 반 평생을 바쳐 왔으나 후회는 없다』고 조용히 말하는 박 여사는 내년쯤 모교가 있는 東京에서 개인전을 갖고 여생도 이 길에 바칠 뜻을 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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