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전례위원회(위원장ㆍ강우일 주교)가 금년 초 내놓은 미사통상문 개정안 「공동체 미사차례」에 대해 신자들은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본보는 최근 본사로 보내온 의견서들 가운데 몇 편을 선정, 미사통상문 개정안에 대한 의견수렴의 장을 마련한다.
<편집자 주>
이번에 미사통상문 개정안이 발표되고 공경심을 드러내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존경과 감사를 드리며 나의 정성을 다한다는 뜻에서 이 글을 쓴다.
맨 먼저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저」「저희」의 문제를 말하고 그 뒤에 다른 몇 가지를 덧붙이고자 한다.
우리말의 인칭대명사는 그 체계가 정연하지 못한데 그것은 우리말 생활의 역사에서 오는 주어진 상황이다. 오랜 계급사회 안에서 말하는 이는 윗사람이고 아랫사람은 듣는 이 일뿐ㆍ그런 속에서 1인칭, 2인칭 3인칭이 활기를 띠고 발전하지 못한 것이다. 개화기를 거치고 신학문을 배워도「경어」는 미덕으로 보존되어 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것이 인칭대명사일 것이다. 1927년 최현배씨가 지은 「우리말본」에 따라 인칭대명사를 정리하면 대개<도표1>과 같다.
이 작업은 우리말 인칭대명사를 처음 체계세운 공이요, 이 틀은 오늘날까지도 대개 맞아 떨어지고 있다. 다만 네 갈래의 등분을 대개 두 갈래쯤으로 단순화하여 생각하는 것이 현재에 더 잘맞을 것이다. 또 그 낱말 자체가 대명사성이 뚜렷한 것이 있고(굵은 글씨로 표시하였음)인칭대명사 노릇을 시키기 위해 다른 낱말들을 합성하거나 또는 전용한 것이 있다. 이글에서는 앞의 것을 상대로 하겠다.
분명한 1인칭으로 오해의 여지가 없는 정통 1인칭은 「아」이다. 그리고 겸양상로서 손님격으로 들어 있는「저」가 있다. 2인칭「당신」「그대」「자네」「너」들이다. 우리 겨레가 말함에 있어 가장 신경쓰고 있는 것이 2인칭이다. 3인칭은 「당신」「이」「그」「저」가 있다. 그리고 이 세 인칭들이 각각 복수형을 가진다.
우리들이 대화중에, 특히 웃어른과의 대화라면 1인칭과 2인칭에 무척 주의를 쏟는다. 실례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맞은 말을 써야하기 때문이다. 주어나 목적어 등에 써야 할 1인칭 2인칭을 피하여 둘러말하기도 하고 몸짓을 쓰기도 하고, 동사 형용사에 경어를 붙이고 안 붙이고 함으로써 알아차리게도 한다. 웃어른 앞에 「나」라고 당당히 말하지 않으려는 마음, 그래도 말은 해야 하기 때문에 3인친인「저」를 빌려온 것이다. 자기를 3인칭중의 하나로 보아 넘기는 겸손이라 하겠다. 옛날 계급사회에서는 그게 아주 심했음은 물론이다. 겸양의 말로 「저」를 쓰는 사회에서는 무례한 자가 되지 않기 위해 쓸 수밖에 없으나 현재 우리 사회에서 「나」도 실례까지는 안 간다. 그리고 특히 알아두어야 할 것은 「저」「저희」가 1인칭으로서는 빌려 온 말이라는 것, 즉 제자리가 아니라는 것 다라서 그 1인칭성은 아주 약하고 겸손하기 위한 그 자리에서의 임시적인 방편에 그친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그런즉 우리는 하느님 앞에 정상적인 1인칭인 「나」를 씀이 옳다고 본다. 주님 앞에서 자신이 주구인지를 인정하고 주님께 신뢰하는 것이 겸손인 만큼 그 겸손한 마음으로 주님 앞에 기를 펴고 자기 얘기를 무엇이든지 펴 놓을 수 있는 모습에 해당하는 「나」를 쓸 것이다. 무엇보다도 3인칭과 혼동할 우려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나」를 씀이 당연하다.
「나는 믿나이다」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저는 믿나이다」「저희들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이런 중에 어느 하나도 틀렸다는 말은 아니다「저」「저희」가 3인칭과 같은 꼴인 것이 불리하고, 적어도 뜻파악을 더디 또는 덜 할 우려를 주고 그 절실성과 장엄성과 직접성에 있어 떨어진다는 것이 흠이다.
2인칭은 높임이 아주 없다시피 하였었다. 직함을 부르거나 본 명사를 그대로 쓰는 것이 보통이다. 이 표의 2인칭 높임말 대명사도 우리언어 의식에는 높임기분이 별로 없다. 그러나 입말 아닌 글말로는 지극한 존경, 은근한 사모의 정을 담기도 한다. 특히 「당신」은 묘한 뉴앙스를 가지고 있어 부부들 사이의 다정한 부름이기도 하고 또 존경하는 님께 드리는 신뢰이기도 한데 때로는, 특히 말다툼할 때 쓰게 되면 기막힌 멸시로 받아져 불끈하기도 한다.
2인칭은 가장 발달이 불완전하고 사용에 있어 가장 어려움이 많다하겠다. 2인칭에서 직함이나 본명사를 부르는 것도 존경이 된다. 「선생님께서 해주세요」「아버님께서 말씀하신 바를 명심하겠습니다」
우리의 천주경이 처음 번역돼던 조선시대 후기에는 2인칭은 더욱 빈약했었을 것 같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비신자여 네 이름이 거룩하심이나타나며 네 나라이 임하시며 네 거룩한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이 번역은 당대 우리나라의 최상류의 선비들이 선교사들과 함께 한 것이다.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을 가리키는 2인칭이「어」로 되어있다. 이 번역은 지금에 비하면 서양말냄새가 물씬 나는데 정확한 뜻을 전한다.
[미사통상문 개정안 의견서]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정의순 수녀 - 상
하느님앞에서 「저」보다는 「나」가 타당
지극한 존경ㆍ사모의정 표현은「당신
발행일1989-06-25 [제1661호, 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