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세의 나이에도 노익장을 과시,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수많은 성당 벽화를 그려 그림으로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고 있는 왜관 베네딕또 수도원 부 안드레아 신부ㅡ 소년처럼 순진난만한 얼굴에 흰 머리가 퍽이나 인상적인 그는 왜관 베네딕또회와는 조족이 다른 프랑스 출신의 수사신부로서 그레고리안 성가로 유명한 프랑스 중부「솔램」수도원 소속이다.
한국에 오기 전에 부 신부는 북아프리카의「마르꼬」 와 알제리아에서 활동하다가「예루살렘」 성지에서 3년 간 성서대학에 다니기 위해 있은 적이 있으며 지금도「예루살렘」의 성모승천성당에는 그의 벽화가 남아 있다. 부 신부가 한국에 도착한 것은 1966년 2월▲「티베리아」 호수가에 있는 탑가에서 왜관 분도회 소속 신부인 올라프 신부를 만났습니다. 그가 한국에 와서 그림으로 전교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저에게 납득시켰지요. 그래서 저희 수도원 원장과 왜관의 당시 원장이었던 오도 아빠스의 승락을 받고 한국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신부님은 언제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였습니까?
▲아주 어릴 때부터 시작하였는데 12살 때부터라고 기억합니다. 그런데 미술대학에 특별히 다니지 않았습니다. 내가 그림을 그리는 것은 천성적으로 하느님께 봉사하기 위해서 하느님이 주신 재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림으로 하느님을 찬미하고 복음을 전하는 것을 나의 소명으로 알고 있지요. 한국에 와 보니 가톨릭교회 내에 토착화된 종교 예술은 없는 것 같고 한국인들은 서양화를 주로 그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내가 하고 있는 것은 주로 벽화인데 유화가 아니고 유액을 사용해서 그림을 그립니다. 성당에나 공소나 강당에 흰 벽만 있으면 그림을 그리고 싶은 충격이 일어납니다만 본당신부나 교구장의 승낙 없이는 그림을 그려본 적이 없습니다.
▲신부님이 그림을 그리시는 원칙이라도 있으신지?
▲물론 있습니다. 나는 한국말을 할 줄 모릅니다. 그래서 말로써 전교하고 복음을 전하는 것은 포기하였습니다. 그 대신 그림으로 하느님의 현존을 나타내고자 합니다. 나의 그림을 보는 사람은 나의 그림을 통해서 하느님을 직접 대면할 수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림은 하느님과 인간이 상봉하는 매개체가 되어야 종교적 의미를 가지는 것입니다. 성모님의 성화 앞에 한 어머니가 병든 아들을 바치는 것을 본 일이 있었고 또 불교 신자 3명이 우주를 창조하신 그리스도의 성화 앞에서 큰절을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림은 나에게 있어서 복음을 전달하는 수단과 방법이 됩니다. 그리고 또 그림은 교리 해설도 됩니다. 그림은 그리스도의 신비를 해설할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말로 해설할 수 없는 것을 육감적으로 느끼게 하는 힘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화가 자신이 얻은 하느님과의 접촉의 경험을 그림 속에 나타내야 합니다. 그래서 내가 그리는 그림의 테마는 주로 성경에서 빼낸 것입니다.
그중에도 특히 예수님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와 성모님과 성 요셉에 대한 성가정 그리고 현대에 와서 특히 부각되는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신비를 많이 그립니다. 우리를 위하여 죽으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만나게 하는 것이 바로 복음 전파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림을그린다는 그 자체를 성직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이 성직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사도로서의 사명감을 갖고 그리스도를 증거하고 그리스도를 느끼게 하고 그리스도를 그림으로 가르쳐야 합니다. 화가는 가장 인간적인 방법으로 역사와 공간을 초월하는 그리스도를 현존케 합니다. 그러나 나의 그림을 감상하는 사람은 그림 자체에 집착하지 말고 그림을 초월해서 그리스도와 직접 대화해야 합니다. 이것은 바로 신앙의 행위이고 그리스도를 알고 사랑하는 시초가 될 수 있습니다. 불을 붙여놓고 사라지는 것이 화가의 사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화가가 자기 그림에 너무 애착을 두는 것도 금물이라 생각됩니다.
▲우리 한국에도 이제 성당이 많은데 신부님께서 혼자 모든 성당을 장식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신부님의 후예들이 나와서 성당 장식을 감당해야 할 것 같은데 그들에게 하고 싶은 충고라도 있으신지?
▲나는 지나가는 사람에 지나지 않습니다. 한국 화가들이 물론 나와야지요. 그들이 나의 그림을 무용지물로 만들 때 나는 나의 사명을 다한 것으로 알겠습니다.
나의 그림은 지우고 그 위에 토착화된 성화가 한국 화가의 손에 의해서 그려져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이 두 가지 있습니다. 첫째는 서양화 전통에 대한 확고한 지식입니다. 교회는 전통을 이어 받은 교회이니 만큼 과거를 무시해 버릴 수는 없습니다. 너무 감정에만 치우치지 않고 이성으로 냉정히 비판하고 연구를 거듭해야 합니다. 성격에 대한 지식과 교회 역사에 대한 지식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하며 성화라고 해서 성모상과 예수 성탄에만 국한하면 안 된다고 봅니다.
둘째로는 기술 습득입니다. 한 개의 그림으로 만족할 것이 아니라 많은 그림을 그려야 합니다. 같은 테마를 두고 여러 가지 종류의 그림을 그리기도 해야 하겠지만 미술에서 취급되는 모든 재료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벽화란 다른 그림보다 다양합니다. 그래서 다양한 기술을 요구합니다. 끝으으로 성화를 그리는 화가는 인간이 볼 수 없는 하느님의 세계를 나타내야 하기 때문에 많은 기도가 필요합니다. 나는 한 폭의 그림을 그리기 전에 반드시 그 그림을 낳는 산고를 겪습니다. 이것을 기도 속에서 겪어야만 성화의 본질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부 신부는 한국에 온 지 벌써 7년이 되었다. 그동안 서울을 비롯해서 한국 방방곡곡에 그의 그림이 성당 벽에 그려졌다. 청송에서 시작한 그는 대전 대성동, 서울 혜화동, 원주 문화관과 대성당, 여수 순천 춘천 등지에서 화가로서 활약하였다.
그의 거주지는 왜관 베네딕또 수도원, 누구든지 그의 도움을 필요로 하면 언제든지 쾌히 응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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