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와 불교를 거쳐 수도자와 같이 가난하고 겸손하게 남을 위해 봉사하기를 마다하지 않고 복음 전파에 전심하다 8년 전에 가신 故 김홍섭(바오로ㆍ전 서울고법 원장) 판사의 유고집 「무상을 넘어서」 수필집이 「율곡(栗谷) 법률문화상」 수상작으로 선정돼 지난 7일 신문회관서 제1회 수상식이 있었다.
이날 김홍섭 판사의 미망인 김자선(엘리사벳ㆍ47ㆍ서울 종로구 사직동 8의 2)씨가 대신해서 상을 받게 되었지만 설상가상으로 같은 날 오전에 있은 故 낭산(朗山) 김준연 씨의 장례식의 상제이기도 해서 친정 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보내는 슬픔과 시상식에 참석지 못하는 슬픔의 소용돌이 속에 희비가 겹친 비통함이 있었다.
故 낭산 슬하에 딸 셋뿐, 그 중에 자선 씨는 낭산이 생시에 가장 사랑하던 막내였다.
김 여사는 『김 판사가 세상을 떠나자 아버님은 과수 된 딸 염려와 슬픔 때문에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 아버님 생각과 상가로 전해진 율곡문화원이 남편에 수여하는 수상통보에 다시 눈시울을 적시고 말았다.
이 상은 율곡문화원 (원장·유택형)이 율곡사상의 현대화 및 대중화로 참된 민주주의 실현과 국민 총화를 이룩하려는 목적으로 69년 3월에 창설, 그 최초로 고 김홍섭 판사의 유족에게 법조계의 만장일치로 문화상이 수여된 것이다.
유고집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남달리 인생무상을 절감한 故 김 판사는 그의 목마름을 개신교와 불교에서 해결코자 했으나 뜻을 못 이루다가 천주교서 이를 완전히 해결, 마침내 54년 이홍규 변호사를 대부로 하여 장금구 신부 주례로 온 집안 식구와 함께 영세 입교했다.
법관으로서 또한 신앙인으로서 평신도 사도직의 뛰어난 표본이었다. 그는 바쁜 일과 중에도 일부러 틈을 내어 옥중의 죄수들을 찾아다니며 그리스도 사랑의 복음을 전하고 회개와 재생을 권면하여 버림받은 허다한 영혼들을 주의 품 안으로 인도하였다.
메마른 이 세상의 온갖 냉대와 조소에 시달려 실망과 저주 속에 거칠어질 대로 거칠어진 사형수들을 회심시키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을 김 판사는 수호성인 바오로 종도의 사랑과 인내와 초인적 노력을 그대로 본받아 꾸준히 사랑으로 그들을 영생의 길로 인도해준 자부였다.
또한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깨닫고 동료 법관에게 사형론에 대한 회의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새벽미사는 물론 온 식구가 철저한 기도와 묵상의 신앙생활을 해온 그는 자연을 즐겨 명승고적을 답사하면서 진경을 스케치도 한 여행가이기도 했다. 무상의 고뇌를 넘어서 『먼지도 제가 생겨난 땅으로 돌아가고 영혼도 그를 주신 천주께로 돌아갈지니라』는 글귀를 그가 사귀던 뭇사형수의 묘비에 써서 세워 주고 그도 65년 3월 16일 간암으로 선종했다.
미망인 김자선 여사는 요즘도 부군의 유업을 받들어 서대문 영등포 교도소를 방문, 사랑과 복음을 전하고 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