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소 앞을 지나다가 이런 생각을 했다. 마당에는 둥치 큰 통나무가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고 집안에는 요란스럽게 전기톱 소리가 들린다. 그 한 옆에는 번쩍거리는 장농이니 책상이니 여러 가지 가구가 질서정연하게 놓여 있다. 가만히 생각해 본다. 어떻게 저렇게 거칠은 통나무가 이렇게 아름답게 다시 만들어졌을까 하고.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물건들이 전부 이런 식의 과정을 지나서 깨끗하게 되는가 보다. 이런 생각을 하다가 저 통나무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하고 의혹이 안 갈 수 없었다. 아마 그 씨가 자라서 저렇게 되었겠지. 그러나 그 씨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하고 또 의혹이 간다. 이런 생각을 하니 이 세상 그리고 나 자신은 어떻게 생겼을까 하고 더욱 어지러운 의혹이 생긴다. 모든 물건은 만든 사람이 있고 모든 예술품은 제작자가 있는데 유독 이 세상 자연은 만든 사람을 모른다. 또 많은 사람들은 거기에 대해서 의심해 보려 하지도 않는다.
그럼 우리가 여기서 따져 보고 싶은 것은 과연이 세상을 만든 분은 어떤 분이겠는가 하는 문제다. 그런데 우리가 무엇을 만들 때에는 그것을 창조라 하지 않는다. 제작이란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지만 반드시 어떤 재료를 사용한다.「창조」는 자료를 사용하지 않고「없는 데서」「있는 것」으로 되는 것을 말한다. 즉「無」에서「有」로 되는 것을 말하다. 우리가 생각해 볼 때 이미 있는 재료로 물건을 만들어내는 데도 많은 노력과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하물며 없는 곳에서 있는 것으로 만들어낸다는 것은 무한한 힘을 인간은 못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 결과는 있는 것으로 보아 반드시 그런 힘의 소유자가 계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록 우리가 육안으로는 볼 수 없을망정 그런 정도의 이성 추리는 누구나 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중요한 것은 이성 추리의 결과를 솔직히 인정하는 데 있다. 왜냐하면 결과를 보고 원인을 알 수 있지마는 인간은 감정적으로 거기에 또한 동의를 쉽게 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복잡해지는 것이다. 연기를 보고 불이 났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감각적으로 체험하지 못하는 정신 세계의 일은 인정하기 어려워한다. 진리를 찾는 것은 인간의 의무이다. 진리를 받아들이든지 않든지 하는 것은 인간의 자유다. 그러나 그 자유를 잘못 쓰면 책임이 돌아온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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