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현대의 의술로도 고치기 힘들었던 심한 위장병 환자가 파띠마병원 무표 병실 담당 리아녜스 꼴룸바 수녀의 사랑의 손길에 힘임어 힘찬 새 출발을 다짐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어려서 부모를 여의고 거리를 방황하며 파지(破紙) 수집으로 연명해 가던 김정기(28) 씨는 지난 여름 가슴을 도려내는 듯한 고통을 못 견뎌 병원을 찾았을 때 위궤양이란 진단을 받았다.
평소의 불규칙적인 생활은 그에게 난치의 위장병을 안겨다 준 것이다. 어려운 형편이었으나 병을 고쳐야겠다는 일념으로 얼마 안 되는 저축을 몽땅 털어넣었으나 병은 조금도 차도가 없었다.
김 씨의 몸은 극도로 쇠약해져 제대로 일을 못하게 되자 왕초의 심한 구박에 견디다 못해 양말 행상을 시작 약값을 벌어 보겠다고 몸부림쳤지만 얼마 안 가 밑천을 모두 털어넣고 말았다. 기진맥진하여 쓰러진 김 씨는 파띠마병원 무류병실을 찾아보라는 주위 사람들의 권유에 따라 지난해 9월 20일 파띠마병원을 노크했다.
초라한 행세에 야윌대로 야윈 김 씨는 이때로부터 무료 병실 꼴롬바 수녀로부터 정성어린 치료를 받았다.
수녀는 투약뿐만 아니라 그에게 삶의 참뜻을 가르쳐 주면서 어려움 속에서도 꺾이지 말고 굳게 살아가야 한다고 타일렀다.
부모를 여읜 후 거친 세파에서 냉대만을 받아오던 김 씨는 수녀의 조용한 격려에 온몸을 떨었다. 비록 거리에서 새우잠을 자며 생활할지라도 비굴해지지 말자고 다짐했다.
김 씨가 무료 병실을 찾아 2개월이 지나자 절망에 흐려졌던 그의 눈엔 다시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강인한 정신력은 난치의 위장병을 물리쳐 그의 얼굴엔 차츰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한편 침울하기만 하던 그의 성격도 놀란 만큼 명랑해져 갔다.
김 씨의 건강이 좋아진 것을 본 수녀는 약간의 돈을 주면서 다시 장사를 시작할 것을 권했다. 11월 초순 김 씨는 건강해진 몸과 마음으로 다시 양말을 울러메고 거리로 나섰다.
요즈음 김 씨의 양말 행상은 이제 틀이 잡혀 하루 수입만도 3~4백 원이 된다.
이제 거리에서 새우잠을 자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하룻밤에 1백50원씩이나 줘야 잠잘 수 있는 하숙집 신세를 하루 속히 면하고 몸담을 수 있는 조그마한 단칸방이라도 마련하는 것이 현재의 최대의 소망이란다.
조금만 더 부지런히 일하면 방 하나는 마련할 수 있다면서 싱긋 웃으며 다시 거리로 향하는 김 씨의 뒷모습은 믿음직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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