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찾습니다. 사람을 찾습니다 이름은 지학순. 53세. 직위는 주교, 천주교 원주교구장. 지 주교님은 1974년 7월 6일 오후 4시50분 CPA450 항공기 편으로 김포공항에 도착하셨으나 그 뒤 행방이 묘연하게 되었습니다. 혹시 이 자리에 지 주교님 계십니까? 계시면 앞으로 나와주십시오-.
그 자리에 꼭 계셔야 할 분이 안 계셨다.
지 주교님은 지금 서울 서대문 구치소에 계십니다. 여기 지 주교님이 보낸 옥중 메시지가 있습니다- .
『교도소에 이런 수감되어 있는 몸으로 이런 메시지를 보내야 하는 우리 한국의 현실은 비극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랑은 위협하는 사람에 대한 맹종이 아니라 헐벗고 버림 받는사람을 잊지 못하는 눈물이어야 하고 정직하고 두려움 없이 양심껏 말하다 투옥되어 신음하는 사람을 저버리지 못하는 착한 사마리아人의 행동이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화해도 강한 사람에 대한 양보도. 거짓이나 불의에 대한 침묵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지난 10월 3일 대전에서 열린 꾸르실료 제4차 전국 울뜨레야에서 원주교구 교우들이 드라마틱하게 보여준 장면이다.
그 드라마가 결국 현실이었기에 모두 숙연한 자세로 기도를 바치며 이 시점에서 정녕 우리는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를 곰곰히 생각했다.
원통하고 뼈저린 이 현실 앞에서의 울부짓음은 곧 의분의 통곡이며 하느님께 전달된 아벨의 절규이기도 했으리리.
예수가 탄생했다. 그런데 헤로데는 이 아기에게 도전과 위협을 느끼고 두 살 아래의 모든 남자 아기를 죽이도록 했다.
그것은 그의 바르지 못한 생활과 부도덕한 생활에서 온 양심의 가책 때문이었다. 올바른 사람, 진리의 증언자. 이들의 현존 자체가 비양심적인 무리에게는 위협과 도전이 되는 것이다.
이들을 재판하면서도 두려워하고 괴로워하는 또 다른 빌라도를 우리는 오늘 이 현실에서 지켜보고 있다.
인간은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보화를 이익 남겨야 할 사명과 자유가 있다.
그런데 우리는 무력과 강압 앞에 이 보화를 잃고 있다.
이제 우리는 우선 따져야 한다. 외쳐야 한다. 빼앗긴 보화를 찾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 이것이 곧 신앙인의 참다운 의무이리라. 지 주교님은 빼앗긴 보화가 무엇인지 알려 주었다. 그래서 재판을 받고 있다. 역사는 꼭 현실을 심판할 것이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다시 이 모든 것을 심판하시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