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교구 동대신동 본당의 한 여성신자가 23년간 혼자 힘으로 사재를 털어 모아온 고문서(古文書)ㆍ목기ㆍ와당 등 각종 문화유물 2천여 점을 5월25일 개교 1백34주년을 맞은 서울 가톨릭대학 신학부에 기증, 화제를 모으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김인순(루갈따ㆍ54)씨.
이미 83년과 85년 절두산 박물관과 오륜대 한국순교자 기념관에 문화유물 5백20여점을 기증해 눈길을 끌었던 김씨가 이번에 갖고 있던 모든 문화유물을 유독 가톨릭대학 신학부에 몽땅 내놓은 것은 단순한 기증의 차원이 아닌 특별한 의미를 띄고 있는듯했다.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모르고서는 진정한, 그리고 한국적인 가톨릭의 위상이 올바르게 세워질 수 없다』는 김씨는 김몽은 신부의 권유와 장래의 목자인 신학생들이 우리의 문화재를 자꾸 보면서 친숙해질 때 그 속에 담긴 역사와 선조들의 애환을 이해할 수 있고 한국 심성에 맞는 복음을 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평소 생각 때문에 내놓게 됐다고 기증 동기를 밝히고 있어 이 같은 사실을 대변해 주고 있다.
또한 『문화재는「우리 모두의 것」이며 만인이 공유할 때 그 가치가 더욱 잘 드러난다』는 김씨는 자신의 문화재 기증이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는 이들의 마음을 부추겨 소장품들을 내놓게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특히 가톨릭신자들은 자신의 소장품들을 한국교회의 모태인 신학교에 기증, 토착화의 원동력이 될 수 있게 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시가로 따져도 억대에 들 수 있는 희귀품들이 상당수에 이르는 이 기증품들은 김수환 추기경ㆍ정의채 가톨릭대학장 등이 테이프를 끊은 5월25일부터 27일까지 가톨릭대 도서관 3층에서 전시된 후 현재 같은 장소에 보관돼 있다.
학교 측은 앞으로 김씨의 기증을 계기로 교내에 정식 박물관을 마련할 예정임을 밝히고 타 신자들의 기증과 가계의 뜻있는 분들의 학적ㆍ재정적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기증된 유물은 독립운동에 관한 기록을 적은 면암 최익현의 「일성록」과 퇴계 이황의 문집 10권, 면우 곽종서의 성리학 관계서적 62권 등 고서적 필사본 4백12권과 임진왜란 당시의 육군배치도, 조선시대의 재판기록, 임금이 관직을 내린 교지, 이 외에도 3백여 년 전 시대의 가구류, 선사시대 및 삼국시대의 토기, 고려청자, 사인교 등등 5천년 역사의 온갖 문화의 편린들이 총망라돼 있다.
특히 선조들이 직접 써서 남긴 기록들은 당시의 상황을 가장 잘 알려주는 중요한 문화재라는 생각에 고문서 수집에 남다른 애정을 가졌던 김씨의 기증품들 중에는 조선시대 집 짓는 법을 기록한 「택보요전」을 비롯 서자를 적자상속인으로 만들기 위해 문중에 허락을 청하는 「원정서」, 순천에 살던 임석철-이철 형제의 효행을 기려 상을 내려줄 것을 청한 상고문 39장 등 당시 생활상을 추론해 볼 수 있는 희귀자료들도 많아 한국문화사 발전에도 큰 기여가 기대되고 있다.
『20여 년 전 부산시 보수동의 어느 골동품 상가를 지나다가 작은 토기를 보고 첫눈에 매료, 수집을 시작하게 됐다』는 김씨는 현재 셋방에 기거하고 있는데서 보여주듯이 결코 돈 많은 호사가의 취미나 매도차익 때문이 아니라 단지「우리 문화재에 대한 사랑」때문에 이 일을 하고 있다.
『우리 문화재를 진정 좋아하기 위해서는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김씨는『앞으로는 초기 순교자들의 자료와 유물을 발견하는 것과 가톨릭대 박물관의 발전을 위해 힘써가겠다』고 다짐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