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 본명 뭐에요? 』
『니꼴라오다』
이 한 마디가 채 끝나기도 전에 한 구석에서 느닷없이 기성이 튀어나왔다.『눈깔 나와』 박수 치고 발을 구르고 깔깔대는 소리.
보좌신부로 부임한 직후, 사무실 겸 침실에서 복사 꼬마들 열댓 명과 첫 대면한 광경이다.『이제부터 매주 목요일 오후는 이 방이 너희들 방이다.』
『와! 신난다!』
뭐 그다지 기발한 착상도 아니다. 오늘의 노 대주교님이 명동 보좌 시절 당시의 복사 꼬마로 특별 대우를 받았던 기억을 되살려 이를 좀 더 확대 응용한 것뿐이었으니까.
한 시간 가량 라띤어 미사 경문을 외우게도 하고 교리 얘기와 잔소리를 곁들이고 나서 과자 파티를 열어주는 것이 정해진 순서였다. 개구쟁이 열댓 명이 눈치 볼 것 없이 마구 뒹구니 손바닥만 한 방이 들썩들썩한다.
간혹 이 시간에 어른 신자가 멋 모르고 문을 두들길라치면 어느새 꼬마가 쪼르르 나가서 큰소리 친다.『보좌신부님은 오늘 우리 거예요』그리하여 적어도 매주 하루 오후는 복사 꼬마들의 독차지였다.
짧은 보좌 생활 후 신학교로 전근되었다. 그랬더니 다음해 봄부터 그 꼬마들이 절반 가량 차례대로 신학교로 뒤쫓아왔다.『너 왜 여기 왔니?』『신부님하고 같이 살려고요』면접 시험을 치는 선생신부에게 대한 대답이 아니라 옛 보좌신부를 향한 응석이었다.
일본은 인구 1억 신자 35만 사제 2천 명이란다. 우리나라는 인구 5천만 신자 백만 사제 천 명이다. 한국 사제 수는 앞으로 10년 후 잘해야 고작 4백 명 증원될 전망이다.
그래서 서울의 본당은 신자 4천 명에 보좌신부가 없고 시골에는 사제가 없는 빈 성당이 드물지 않다.
꼬마들 말투대로 정말『눈깔 나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