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신부님 방이다. 그리고 그 안에 사는 나는 자꾸만 얼굴에 잔주름이 생긴다. 하루 점점 더 짙어만 간다.
누가 문을 노크한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을 보고 안에 있던 사람들은 한마디씩 하는 것이다. 여기서부터가 이상한 것이다.
『노크를 할 줄 알고 멋쟁이야.』
『앗-쭈 미소 지었어, 멋쟁이야』
『아이구 수줍어하네, 멋쟁이야』
이래서 우선 멋쟁이가 되도록 해놓고
『멋쟁이 이리 와 앉아』
『멋쟁이 어제 어디 갔었지?』
이쯤하면 본정신이 들어서 자기도 한마디 해본다.
『어떻게 내가 멋쟁인 줄 알았지? 멋쟁이들이야』
『어쩜 그렇게 멋지게 말하지? 진짜 멋쟁인데?』
그러면서 하하하… 웃는 방이다. 그런가 하면 이 멋쟁이가 말뿐이 아니라 속으로 스며드는 모양이다. 노크를 하고 문을 연 요왕이라는 청년이 머리를 굽신하면서
『요왕, 이제 오니? 오느라고 수고했다』
나는 즉시 이어받아서
『신부님 안녕하셨어요? 무엇을 또 고치시느라고 바쁘시네요』
한다. 다시 청년은
『책가방은 거기두고 어제 하던 일은 다 해 왔니?』
라고 하면 나는 또
『신부님 아주 깨끗이 다 해 왔어요. 보여드릴게요』
이렇게 상대방의 말을 내가 하는 이상한 방이다. 상대방이 이렇게 해줬으면 하는 것을 그대로 말하기 때문에 아주 편리하게 자기의 뜻을 상대에게 전할 수 있다. 약간 머리가 복잡한 듯하겠지만-
그리고 또 한 가지 아침이나 점심이나 저녁이나 만날 때나 헤어질 때나 전화를 걸 때나 첫 말은
『모닝』이다.
아침과 같이 희망(?) 그저 그런 기분이라는 것.
마지막으로 한 가지 방문 앞에「617136 신부방」이라고 아라비아 숫자가 써 있다. 두 자씩 합치면 7 8 9이다. 그래서 789 신부라고도 한다. 이것은 이기정을 버릇 없이 흘려쓰다가 보니…그래서 이상한 방이라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