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년 전 일이다. 그 집안과는 어릴 적부터 잘 아는 청년이 약혼자를 데리고 찾아왔다. 그 약혼자는 미신자였으나 서로 알게 된 후부터 성당에 다니며 교리를 배우기 시작한 지 이미 두 달이 지났고 앞으로 두 달 후면 영세 받기로 돼 있다고 청년이 들려준다.
마침 그날은 일 년 중 신부로서는 가장 바쁜 성 토요일이라 제대로 이야기도 못하고 다만 그 약혼자에게 영세 후가 문제된다고 간단히 설명한 후 결혼부터 먼저하고 차근차근히 준비해서 세례 받아도 늦지 않다고 일러줬다. 그러나 나의 권유와는 달리 그 약혼자는 예정대로 영세를 받고 결혼했다.
그 후 두 달이 지난 어느 날 그를 만나 주일미사에 참례하느냐 물으니 다른 성당이라 어색하고 같이 갈 사람이 없어 몇 번 빠졌다 한다. 화살기도를 바치느냐 물으니 화살기도란 처음 듣는 말이란다.
나는 생각해 보았다. 이런 상태에서는 신자 된 큰 보람을 느끼기는 커녕 오히려 짐스러움을 더 느낄 것이다.
16년 가까이 사목생활을 해오는 동안 예비자 지도가 중요함을 점점 더 실감하게 된다. 그래서 오래 전부터 예비자 교육 기간을 일 년으로 잡아둔다. 예비자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보통 6개월 후부터 내적 변화가 크게 일기 시작함을 알게 됐다. 이들이 거의 세례 받을 단계에 들어가면 생각 말 태도는 처음 교회 문을 두드릴 때와는 판이하다. 이들은 한결같이 신앙의 보람과 내적 평화를 누린다 하며 그 기쁨과 평화는 다른 무엇과도 견줄 수 없다고 고백한다. 참된 행복의 길을 걷고 있는 이들의 모습을 바라볼 때 목자로서의 보람은 말할 나위 없이 크다. 포교 면에 있어서도 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이 평생 동안 적어도 10명 정도는 직간접으로 교회로 이끌 수 있으리라 기대를 건다. 이 본당에 부임해온 지 만 4년이 채 안 됐지만 그간 신임 교우들이 그전 교우들보다 더 많은 예비자들을 인도하고 있다. 이대로 나가면 오래지 않아 신입 교우가 기하급수로 불어나리라. 앞으로 5년간 이대로 나간다면 비율로 따져 양적으로도 가장 많은 세례자를 내는 본당 중의 하나가 되리라. 「한 사람이 열 명씩」. 비록 많은 인내가 필요하겠지만 기대를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