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평소 잘 아는 회장님이 가족 3인과 함께 찾아왔다. 수척한 모습으로 보아 어디가 상당히 불편하다는 것을 직감할 수가 있었다. 『회장님, 오래간 만입니다. 그런데 어디가 많이 편치 않으신 것 같습니다』하였더니『사실은 제가 병원에서 진찰을 받고 오는 길인데 저의 아픈 증세로나 병원 진찰 받은 결과로 틀림없는 위암입니다. 그래서 오늘 잘 아는 신부님께 이 세상에서 마지막 미사 참예를 하고 갈려고 특별히 미사를 드려주십사 청하려고 왔습니다.
제가 하느님 앞에 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오늘날까지 제게 베풀어주신 하느님의 무한한 영육간 은혜에 감사드리며 생양 보존하여 주신 그 크신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이제 오라고 저를 부르시니 기쁜 마음으로 순명하겠습니다.
현세에 대한 애착이나 섭섭함은 추호도 없습니다.
영혼 준비 없이 10년이고 20년이고 더 살면 무엇합니까. 아무 때 가도 준비 잘 하고 가면 그만이지요.
제 마음은 아주 평온하고 즐겁습니다.』그분의 청을 쾌히 승락하고 미사를 드렸다. 미사에 참예하는 그 경건한 태도, 성체를 받아 모실 때 감격한 그 모습은 나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다. 천당에서 만나자고 서로 손을 꼭 잡고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
그 후 그분은 20일이 못 되어 주님의 품으로 갔다. 주위 외교인들의 평이 천주교를 믿으려면 그분 같이 믿어야 하고 틀림없고 진짜는 그분밖에없다는 것이다.『착한 표양은 기적보다 잣다』는 말과 같이 그분의 감화를 받아 대대로 유교 학자 가문을 자랑하는 한 부락이 천주교를 들여왔다. 한두 끼 밥은 굶어 살아도 기도를 바치지 않고는 살 수 없다는 분이다. 성경을 보면 볼수록 새맛이 나고 재미가 있고 깨닫지 못했던 진리를, 거듭 읽고 묵상할수록 새로운 것을 깨닫게 되어 틈만 있으면 보게 된다는 것이다. 그분은 산촌에서 한 농부로 살다 갔고 세상이 알아주는 큰일을 한 것도 없다. 세상은 그가 언제 다녀갔는지도 모를 것이다. 그러나 하느님만은 그를 알아주시리라. 또한 그분이 뿌린 신앙의 씨는 꽃이 피고 열매를 맺으리라. 나는 가끔 그분을 생각하며 나의 생활을 반성하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