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등학교 2학년 때에 세례를 받았다. 세례를 받은 후 성경을 비롯한 교회의 여러 출판물을 읽던 중「종군신부 카-폰」을 읽어 보고서 깊은 감동을 받아 나도 신부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에서 신학교에 갈 뜻을 본당 신부님께 비치니 영세한 후 3년이 안 되었기로 물론 갈 수는 없었다.
군대 생활이란 3년을 경험하고서 세례 받은 지 5년 만에 드디어 신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입학시험을 치룰 때까지 제대가 안 되어 별장 계급장을 단 군복 차림으로 밤송이(?) 머리의 응시자들과 함께 시험을 보던 일이 엊그제 같은 기분이 든다.
나의 가정은 어려웠다. 중 3 때부터 가세(家勢)가 기울어 신학교 생활 중에도 계속되어 신학교 7년 생활 중 방학 동안에 본당 신부님의 특별한 배려로 사제관에서 지냈다면 충분히 짐작이 가리라. 그때의 본당 신부님의 후원은 정말 잊을 수 없다.
나를 도와준 본당 신부님이나 은인들에게 보상하는 길이란? 사제 생활을 잘 하는 길이 있을 뿐이나 한없이 미약함을 느낀다.
그러면서 나와 같은 경우의 학생을 도와주는 길임을 잘 안다. 신부가 되면서 신학교에 뜻을 둔 어려운 학생을 중학교를 거쳐 성신고교까지 뒷바라지도 해 보았다. 그러나 졸업에 즈음하여 신부 될 마음이 없다기에『주님의 뜻대로 되소서』(사도행전 21 ㆍ14) 할 수밖에 없었다.
신부가 된 지 어언 7년이 되나 보다. 그동안의 신부 생활을 돌이켜보면서 느낌이 있다면 지금과 같이 계속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신부로 있는 한 신학생을 중심으로 어려운 학생을 힘 닿는 데까지 계속 도울 것이다. 그리고 교우들에게는 교회 출판물 보급을 적극 권장할 것이다. 현재 본당에서는 경향잡지 147부ㆍ가톨릭시보 67부ㆍ소년 40부를 구독 중이어서 교우 네 사람당 한 권씩 읽는 셈이지만 욕심 같아서는 빠짐없이 구독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또한 본당 도서실의 책도 많이 빌려다가 읽었으면 싶다. 우리는 알아야 한다. 모르고서야 어떻게 알찬 신앙생활을 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