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교회는 해마다 5월을 성모성월(聖母聖月)로 지낸다. 제2차 바티깐 공의회 이전까지만 해도 「성모성월」 이란 소책자를 통하여 한 달 동안 매일 「성모의 호칭기도」 안에 나타나 있는 덕목(德目)들을 깊이 묵상하는 가운데 성모의 덕행을 찬미하며 모두가 이 덕행을 본받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공의회 이후부터는 이 소책자를 가지고 이 성월을 지내는 단체나 개인의 수는 급격히 줄어들었고, 성모신심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회원들조차도 「성모성월」이란 소책자가 있는지조차 알지도 못할 정도가 되어버렸다.
오늘날 각 본당에서는 가톨릭 기도서에 기록된「마리아의 찬가」(마니피캇ㆍMagnificat) 와 성모의 중재로 도우심을 비는 간단한 기도문으로 이 성월을 지내고 있으며, 성가책에 나오는 몇 개의 성모의 노래를 반복하여 부르거나 5월초에나 마지막에 각기 본당 나름대로 성모의 밤 행사를 가지고 있고, 본당에 따라서는 미사전이나 후에 함께 로사리오 기도를 바치고 있다.
입으로 외우는 간단한 성월기도문과 로사리오의 기도가 신자들의 영신생활을 돕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기계적이 되거나 생각 없이 수동적으로 되어버리는 경우에 신자들의 영신생활의 성장이 되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성모성월이 생기게 된 이유와 그 의미를 밝혀보고 신자사목에 지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동정 마리아 공경의 바른 방향제시와 사목적 방향을 간단히 말해보고자 한다.
유래
성모성월은 교황 우르바노8세(1623~1644) 에 의하여 5월을 복되신 동정마리아를 공경하며 그 덕행을 묵상하고 그 생애가 지녔던 구세주의 모친의 구원의 역사 안에서의 그녀의 역할과 나그네교회 생활 안에 우리의 중재자가 되시는 그 신적모성(神的母性) 에 매달리며 은총을 간구하는 달로 정하였다.
특히 5월은 그리스도의 빠스카의 신비에 있어서 개선과 영광을 기리는 주의 부활과 승천 그리고 성신강림의 전례주년을 거행하며 그리스도의 신비 안에 마리아의 신비와 교회의 신비를 깊이 묵상해 보아야하는 달이고, 부활 때에 새로 태어난 교회의 자녀들에게 신앙의 순종(順從ㆍObaedientia fide) 을 일러주고 또한 신앙의 여정(Pergrinatio fidei) 을 힘차게 살아 가야함을 가르쳐 주어야하는 「신비교육 기간」(어른 일교 예식서 235~239항 참조)이 된다.
그러므로 교회는 그리스도의 빠스카의 신비 안에서 가장 찬란한 신앙의 여정에 있어 구세주의 모친으로서 마리아가 차지했던 신앙과 사랑을 신자들이 본받아 생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요셉 3월) 마리아(5월) 예수(6월) 를 한 눈으로 바라보며 신앙생활을 바르게 인도하기 위함이었다. 전례주년 밖에서 빠스카의 신비가 마리아의 신비 그리고 교회의 신비를 시민력 안에 한 달을 따로 정하여 이 큰 신비들을 살아감에 있어 모든 이들을 앞장서 가신마리아를 닮고 공경하도록 안배한 것이다(종래 성 필립보ㆍ야고보 사도2위 사도축일부터 시작하여 31일후에 그치는 5월 한 달을 말한다).
종래 「성모성월」(가톨릭 교회사 간행<1986>서울) 안에서 말하는 성월설정의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전하고 있다. 그 첫째는 하느님의 구원의 은총이 우리에게 오게 된 그 이유는 마리아의 피앗(Fiat)이었음을 상기시키며 하느님과 성모께 감사드리기 위한 이유를 들고 있다. 둘째 이유는 성모의 도우심을 힘입어 이 구속의 은총을 항상 보존하기 위함이고 셋째 이유는 성모를 특별히 공경하며 그 덕행을 본받게 하기 위함임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이 성월에 신자들이 살아가야하는 생활방법을 일러준다(위 같은 책 P 21! 23참조).
본래 중국내에 「성모성월」 책자는 중국의 예수회 선교사 이탁(李鐸)이 저술한 신심서적이었으나, 이것은 완전한 것이 못되었으므로 당시 북경 교구장이던 몰리(MOULYㆍ孟振生) 주교가 다시 고치고 첨가하여 1859년에 간행했다.
한국교회 안에 성모성월 신심을 실천하게된 것은 중국으로부터 전래된 「성모성월」 책자에 기인하고 있음을 「한국교회사 연구」 는 이렇게 밝히고 있다. 『이 책이 언제 우리사회에 전래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여러가지 사실을 종합하여 볼 때 제6대 조선교구장이 된 리델(Ridel 李福明) 주교가 조선에 재일국한 1877년 9월23일 일 것으로 추측된다.
그 이유는 1866년의 병인박해(丙寅迫害)때까지 전래된 천주교 서적 가운데는 그 명칭이 나타나있지 않으며, 1878년 1월28일 리델 주교가 체포될 때 압수당하여 소각된 서적 중에 「성모성월」 2권이 있었다는 기록이 처음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병인박해 때 조선을 탈출한 리델신부가 로마에서 주교성성식을 가진 후 다시 상해(上海) 로 와서 1877년 9월23일 조선에 재입국할 때에 가지고 온 것으로 보여진다』(위 같은책 P5).
리델 주교가 가지고 들어온 책이 체포될 때에 압수당하고 소각되었을지라도 이 책이 신자들에게 전해져있을 가능성을 연구소는 배제하지 않고 있다. 또한 동 연구소는 이 책자가 중국어로부터 한글로 번역된 역사를 이렇게 밝힌다.
『1887년에 이르러 한자본 「성모성월」이 로베르(Robert金保錄) 신부가 한글로 번역하고, 당시 7대 조선 교구장이던 블랑(Blancㆍ白圭二) 주교가 감준하여 연인(鉛印) 하기 이르렀다.
이후 한글본 「성모성월」은 거듭 중간(重刊)되어 신자들에게 읽혀졌으며, 신자들의 신심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위 같은 책P6).
이 책은 제2차 바티깐 공의회 이전까지는 신자 가정과 개인이 성모의 덕행공로를 배우고 실천하여 감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공의회 개최 이후 이 책의 출판이 중단되자 전통적인 성모성월의 전승적 명백만 유지한 채 신자들의 영신적인 영양실조에 머물게 되었다고 생각하게 된다.
한국교회는 유달리 성모신심 속에서 성장되어 온 교회이며 신자들 중에는 성모의 동정을 본받아 생활해온 분들이 많고 박해 중에도 성모의 보호하심에 매달렸고, 성 김대건(聖 金大建) 신부님도 귀국 당시 서해바다 풍랑 속에서 성모께 전구하여 그 인도를 받았음을 말해주고 있다(안응렬ㆍ최석우역 한국천주교회사 하권 P 69, P 136). 또한 1854년 12월 8일 「성모의 죄 없는 잉태」 교리가 신앙교리로 선포되기 전, 1841년 8월 22일에 교황 그레고리오 16세는 한국교회 수호자로 허락했다. 이것은 1838년 제2대 조선교구장 앵베르(Imbert 范世享) 주교께서 그때까지 조선포교지가 북경교구에 예속되어 있던 관계로 북경교구의 수호자 성 요셉을 또한 조선교구의 수호자로 모셔왔으나 이제 조선교구의 새로운 수호자로 성모무염시잉 모태(聖母無染始孕 母胎=성모의 죄 없는 잉태)로 정하여 줄 것을 교황께 청하였다.
그레고리오 16세가 이 청원을 허락하였으나 성 요셉 축일을 함께 주보로 지낼 것을 조건으로 덧붙였다(위 같은 책 P136참조). 한편 선교사들은 성모의 도우심으로 바다와 박해의 모든 위험을 면하였다고 믿어 승리의 성모성당에 본부가 있는 성모성심회(한국에서는 성모성심회로 불리고 있으나 정확히 번역하면 무염성모성심회 <無染聖母聖心會: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성심>이어야한다) 를 조선에 세우기로 결심하고, 1846년 11월 2일 충남공주 수리치골(現:忠南 公州郡 新豊面 鳳甲里) 에 성모성심회를 창설하였다(위 같은 책P136주39, 42참조). 또한 1861년 10월 당시 제4대 조선교구장 베르뇌(Berneuxㆍ張敬一) 주교는 조선교구내 각선교사들의 담당구역을 성모마리아의 호칭과 관계된 지역으로 정하여 교구장이 계신수도서울은 성모무염시태(聖母無染始胎) 의 지역이고 다블뤼(Dabeluy) 주교님의 구역은 성모성탄(聖母聖誕) 지역이고, 폐롱(Ferong) 신부의 구역은 성모승천(聖母昇天) 구역이고, 뿌르띠에(Pourthie) 신부와 쁘띠니꼴라(Petinicolas) 신부가 있는 학교는 성요셉신학교, 리델 신부는 성모자헌(聖母自獻), 죠안노(Joanno) 신부는 성모영보(聖母領報) 구역, 랑드르(Landre) 신부는 성모왕고(聖母往顧)(성모 엘리사벳 방문)의 구역, 그리고 깔래(Calais) 신부는 성모취결례(聖母取潔禮)(주의봉헌) 구역으로 구분한 점(위 같은 책 P 324) 또한 1898년 명동성당 호칭을 「무염시태」 성모께 봉헌한 점 등은 한국교회 안에 성모신심의 열심한 역사를 말해주고 있다.
중국에서 간행된(1859) 「성모성월」이 한글로 번역(1887년) 되기 전에 한국교회가 가지고 있던 성모신심의 역사는 이상에서 보아 그 전승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본고에서 지적해 보고 싶은 점은 제2차 바티깐공의회가 구세사 안에서의 성모의 역할과 나그네 교회 안에 살아계신 성모의 역할을 강조하여 신앙의 여정을 그 모성과 동정성을 닮아 영웅적으로 실천해야함을 가르친 지 2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한국교회는 전신자들의 신심에 불을 지를만한 신심서적이 나타나 잊지 않음을 생각하게 된다.
의미
5월은 지구상 온대지방에서는 신록의 계절이다. 그리고 전례력 안에서는 새로 태어난 신자들의 신비교육기간이다. 그 신비는 구원의 신비이다. 다시 말하면, 그리스도의 신비 안에 마리아의 신비와 교회의 신비이다.
구원의 신비 안에서의 마리아의 역할이 있기까지 마리아의 신앙의 순종과 여정을 다시 묵상하며, 성신강림으로 새로 탄생된 교회가 마리아의 성덕과 신앙으로 나그네교회의 신앙의 여정을 가야하는 신앙의 참된 응답에 있다 하겠다.
그래서 성모성월은 하루의 성모의 밤 행사나 성모상 앞에서 묵상을 떠난 다만 소리기도만의 로사리오 기도만으로 보낼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왜냐하면 신앙의 여정은 중단 없는 여정이며, 온갖 고통과 유혹에 도전해야 하는 신앙인의 결단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인은 이 결단을 성모마리아에게서 배운다. 「복되신 동정녀 성모 마리아」 란 호칭을 수없이 반복하며 외우는 로사라리오의 기도 속에서 복됨을 차지하게 된 이유와 근본 뿌리를 캐내어 그 뿌리에 자신이 접목될 수 있어야함을 말한다. 계절의 여왕 5월이란 말은 온대 지방만이 가질 수 있는 말이기에 이 말로 성모성월을 지칭하는 것은 보편적이지 못하다.
성모성월은 빠스카의 신비 안에서 성모의 역할을 바라보는데 그 역점을 두고, 그 역할을 가능하게 한 성모의 신앙과 덕행을 우리가 본받아 모든 역경을 극복하고 찬란히 하느님의 월계관을 얻게 되는 우리자신의 영성화(靈聖化) 에 그 초점을 두지 않으면 안 된다.
중국으로부터 전래된 「성모성월」 번역본이 1세기동안 한국교회 안에서 신자들에게 성모님의 덕목을 생활케 해주었다.
나그네의 교회생활인 신앙의 여정에 있어 가장 앞장서신성모님의 믿음을 탐구하고 그 덕행을 실천에 옮기는 데에는 모든 영성가들과 수덕가, 그리고 사목가들은 성모님의 덕행과 공로에 몰두하여 그 신앙과 사랑을 신자들의 영혼에 옮겨주어야 한다.
그 목적을 위해서 매일 성모님의 덕목들을 따로따로 공부하고 기도하며 생활 속에 실천해야한다. 오늘날우리가 바치는 성월기도는 성모님의 덕행을 깨닫기에 부족하고, 그 기도 내용도 신자들은 깨닫지 못하고 다만 은혜만을 청하는 지향에 놓여있다.
청원기도가 중요하지만 자신이 하느님과 만나고 그 사랑에 응답하기 위한 신뢰와 실천이 중요하다는 것을 덧붙여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모성월 기도의 쇄신이 요구되고 신자들에게 성모님의 덕행과 공로를 매일 일러줄 신심서적이 필요하다. 성모성월의 의미는 한마디로 우리가 성모님처럼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는데 있다. 그래서 하느님 사랑의 절정에 계신 성모님을 공경하며 그 덕행을 따라 살기를 애타하는 것이고 도우심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이제 금년 성모성월도 절반이 지났다. 우리는 이 남은 성월을 성모님의 발자취를 따라 매일 매시간 하느님과 일치 속에 살아야할 뿐 아니라 우리의 삶을 풍요케 해줄 수 있는 신심기도와 덕을 닦는데 온갖 힘을 기울여야하겠다.
사목적 방향정위
제2차 바티깐 공의회 「교회에 관한 교의헌장」 제8장은 『그리스도와 교회의 신비 안에서의 천주의 모친 복되신 동정마리아』 를 밝혀 교회에 관한교의 헌장의 결론으로 삼았고 1987년 6월7일부터 1988년 8월15일 까지 14개월간의 제2차 「성모성년」 을 선포하고, 공의회의 기본헌장을 실천에 이르게 하기 위한 교회의 쇄신의 지표를 신앙의 모델로 「구세주의 모친」 의 구원사 안에서의 역할과 그 덕행을 바라보게 하였다. 이 성년선포에 앞서 교황청경신성은 전례주년 안에서 마리아의 덕행을 따라가며 생활할 수 있게 하기 위하여 「성모미사 경본」 을 공포했고(1986ㆍ8ㆍ15) 이듬해 성신강림 때에 제2차 성모성년을 선포했다. 「구세주의 모친」(Mater Redemptoris) 란 제호로 공포된 성모성년 친서는 인류가 항해 중에 좌초되거나 침몰되지 않도록 그 항로를 밝혀주었고, 이 황로의 선장이 바로 복되신 동정녀 마리아이심을 분명히 했다.
전례주년과 성년의 의미는 한마디로 인류구원에 그 목적이 있다. 그렇다면 구세주의 동반자로서 인류구원에 앞장서셨던 마리아의 신앙의 순종과 여정을 우리가 따라 생활해야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논리이다.
교회가 신자들에게 이 진리를 따라 살 수 있도록 안배한 전례주년 밖에서의 신심과 기도의 달을 정하게 된 근본 뜻은 같다하겠다. 그러므로 성모의 신앙과 사랑을 습득하고 실천해나가는데 있어서는 전례주년 안에서 뿐 아니라 전례주년 밖에서 다양한 신심을 길러감으로써 우리는 복된 자가 되리라고 확신한다. 다만 기도문에만 신자들의 신심을 매어두는 것은 지양해야하겠고, 매일피정과 묵상 그리고 생활실천을 할 수 있는 강론 그리고 생활나누기 등 성모님의 덕행을 배우고 닮을 수 있는 영신수련을 이루어가야 하겠다.
이러한 영신수련을 이루어감에 있어서는 영신수련 지도서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며 아울러 신자들이 성월동안 혼자서나 단체로 성모의 덕행을 배워나갈 수 있는 작은 성월기도서가 요청된다. 또한 일선사목자들은 물론 수덕가들도 아낌없이 이 신심을 북돋고 불 지르는데 앞장서 나아가야 하리라고 생각한다.
한국교회가 탄생된 이래 박해 중에서도 신자들이 「성모성월」 책을 읽고 묵상하며 자신의 신앙을 길러나갔던 역사를 돌이켜보면서, 현재와 미래에 이민족의 구원의 길에 앞장서야 할 신자들에게 성모님상을 안겨줄 수 있는 교회의 다각적인 노력을 이 아름다운 푸른 5월 하늘에 목청 돋우어 크게 호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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