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외교인들로부터 예비신자 교리 시간에, 심지어는 신자로부터도 이런 질문을 심심하지 않을 정도로 받는다.
천주님이 정말 계시느냐? 악신들이 사람을 정말 괴롭힐 수 있느냐? 세례를 받을 때 물로 이마를 씻기는 예절이 교회에서 가르치는 바와 같은 효과를 내느냐? 등등 많다.
이런 경우 아는 교리 지식 총동원해서 설명하지만 듣는 이의 고개는 역시 갸우뚱하다.
내가 보좌를 거쳐 K본당에 가서 사목할 때의 일이다. 하루는 본당 여교우 몇 분이 40대 아주머니 한 분을 억지로 모시고 왔다.
차림새는 농사를 지으시는 분 같았고, 얼굴빛은 병자임을 말하고 있었다. 데리고 온 여교우의 얘기는 신들렸으니 (마귀 들림) 떼어 주자는 것이다. 나는 망설였다. 사목 경험도 얕거니와 정신 이상자라면 병원으로 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같이 온 여교우들의 확고한 고집으로 인해서 그날부터 교리반에 나와서 교리를 배우도록 했다.
하지만 하루 종일 일을 해야 하고 병고와 싸움 중에 있는 그녀의 머리에 교리가 잘 배워질 리 없었고, 기도문이 제대로 외워질 리 없었다.
그러나 성의만은 대단해서 오 리가 넘는 들길을 걸어서 교리 시간에 빠지지 않고 나온 것이 6개월이 넘었다.
부족하기는 하지만 그녀의 성의와 영세하면 마귀가 떨어진다는 확고한 그분의 신념에 실망을 주지 않기 위해서 다른 영세자 30여명과 같이 영세 주기로 했다. 영세 받으러 온 그녀는 성당에 들어오기를 몹시 주저했으며 영세 대열에서는 몸을 떨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많이 떨었다.
여교우 두 사람이 양쪽에서 부축을 하고 영세수로 세를 주었다. 갑자기 양손으로 이마를 문지르기 시작했고 몸의 떨림이 극도에 달했다. 당하지 않을까 하고 겁이 났다. 그렇다고 예절을 중단할 수도 없었다.
청년을 시켜 좀 더 강하게 잡으라고 하고는 계속했다.
이마에 크리스마 성유를 발랐다. 옆으로 발을 옮기기도 전에 그녀는 주저앉아서 이마를 마룻바닥에 대고 정신 없이 문질렀다. 예절은 끝났다.
밖으로 나온 그 아주머니는 많은 교우들의 축복으 받으며 안도와 기쁨의 미소를 지었다.
그 후 장부와 자녀들 모두 영세하고 마귀의 시달림 없이 주님의 종으로서 열심한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