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월요일 오후였다. 이 날은 우리들의 형식상 휴일로 정해놓고 있었다. 세상을 거꾸로 사는 사제생활이라 다른 사람이 한가한 토요일과 일요일은 바쁘게 일을 하고 다른 사람이 일을 시작하는 월요일을 휴일로 정하고 주일에 있은 피로를 푸는 날이다.
오늘은 벌써 일주일 전부터 주임신부님과 어느 신자 가정에 초대를 받고 가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 막 떠나기 십 분 전에 어떤 젊은 부인 한 분이 내 방을 찾아왔다. 처음엔 아가씨인 줄 알았는데 사정을 듣고 보니 부인이었다. 자기 집에서는 반대하는 결혼을 하고서 남편과 객지인 이곳에 와서 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나의 사정은 묻지도 않고 자기 딱한 사정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신부님 저는 신자가 아닙니다. 신자가 아니라도 신부님께 찾아와도 괜찮겠지요?』저는 그 부인의 눈에서 눈물이 핑 도는 것을 보았다. 한 눈에 그가 아주 기막힌 사정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신부님 저는 큰 죄인입니다 저는 오늘 신부님께 제 죄를 고백하고 신부님의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그녀의 나오는 말투로 봐서 그의 말을 중단하고 내가 약속이 있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그러는데 심부름 하는 아이가 올라와서 약속 시간이 다 됐다고 하면서 본당 신부님께서 기다리니 어서 내려오라고 했다. 그 부인도 그 꼬마의 말을 듣고는 실망한 눈으로『신부님 어디 가셔야 합니까?』나는 무거운 마음으로 그렇다고 했다. 『약속이 일주일 전부터 있었습니다. 죄송합니다』『신부님 그 약속을 취소할 수 없습니까? 저는 두 번 다시 신부님께 찾아올 용기가 없습니다. 저는 오늘 제 모든 숨은 것을 다 말씀드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정말 사정이 딱하였다.
이 약속도 한 번 취소하였던 약속이었다. 심부름 하는 꼬마는 자꾸 성화다. 부인의 애처로운 눈을 보면 갈 수도 없었다. 그러나 자꾸 망설이고 있을 수가 없어서 내가 먼저 일어섰다.
원망스런 부인의 얼굴이 나를 향하더니『신부님, 꼭 가셔야 합니까?』힘 없이그는 일어서서 나갔다. 그 후 그 부인은 약속한 시간에도 오지 않았고 두 번 다시 오지 않았다. 이것은 내 짧은 사제생활에서 언제나 가슴 아프게 생각하는 사건이 되고 말았다. 목자로서 나는 한 마리의 양을 놓아두고 아흔아홉의 양떼에게 간 것이다. 그리고 나는 또 나를 방문했던 그리스도를 놓치고 말았던 것이다. 지금도 애처롭게 쳐다보던 그 부인을 위해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