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 똑, 노크소리가 난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호화스런 옷차림을 한 중년 부인이다. 한눈에도 상류층에 속한 부인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 부인이 말하는 고통에는 이 세상의 모든 고통을 혼자서 도맡고 있는 슬픔이 깃들여 있었다. 누가 보든지, 좋은 자가용을 타고, 손에는 수십만 원짜리의 다이야 반지를 낀 이 부인을,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부인으로 보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말을 해가는 도중에 그 부인의 눈에서는 하염없이 슬픈 눈물이 흘러내렸고 그 말을 듣고 있는 사제의 눈시울도 동정(同情)과 연민, 인간 사회의 기막힌 아픔을 절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은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는 주님의 말씀이 그렇게도 실감 날 수가 없다. 이 너무나도 엄청난 슬픔을 인간들은 저마다가 지고 있는 것이다. 부귀와 명예와 권력을 한데 모아도 이 슬픔을 몰아낼 길은 없다. 이 사회에는 현실적인 생활고(빵문제)에 시달려 고통을 당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고 하지만 사제의 눈에 비치는 사회는 그러한 육체적인 빵문제보다는 정신적인 빵에 굶주린 군상들이 더 많다는 것이 현저하게 드러난다.
교회는 생활고에 허덕이는 사람들을 위해 함께 가난한 자로서 있어야 하겠지만 정신적인 빵에 굶주린 사람들을 위한 봉사자로서 더욱 존재해야 할 것이 아닐까?
부인은 복음의 말씀을 사제의 입을 통해 듣고, 자신에게 닥쳐온 고통의 뜻이 무엇인가를 깨닫고, 이제까지 자신의 생활이 너무나도 허영과 공허했음을 절감하고, 새로운 의미에의 인생과, 현실적 고통에 대한 가치를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이번에는 감사의 눈물을 흘리고 나갔다. 고통과 슬픔의 아픔을 겪은 후에 오는 기쁨과 감사는 더욱 큰 것이려니! 여기에서 주님의 영광을 찬미드리며 정신적인 빵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절감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