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봄비가 온 후 오늘도 초여름 햇빛을 받으며 전에는 아니꼽게 생각하던 심방(가정방문)길에 나선다. 수녀와 사무장 구역장 통장을 대동하고…
미신자들은 성당에 무슨 일이나 생겼나 하는 눈치들이고 아이들은『예수님』이다.『하느님』이다 하고 따라온다. 교우들은 신부님이 어떻게 오시냐고 야단이다.
해방 다음해 수단을 입고 전교와 교회 PR을 한답시고 1인 데모를 부산진에서 영도섬까지 한 적이 있었다. 한다는 소리가『중국 사람』이라고 했다.
6ㆍ25를 계기로 군복을 10년 입었다. 군대에도 신부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갓난아이로부터 80이 넘은 병석의 할머니까지 합쳐도 일개 연대 병력도 안 되는 본당 신자들이지만 제대로 사목을 하기엔 거리가 너무나 멀다.
한 본당은 협의도 조합도 아니고 회사도 군대도 아니다. 하느님 백성의 단체다. 성령이 얼마나 활동하시는지는 알 길이 없어 믿을 뿐이나 인간 능력과 기술과 노력은 최대로 발휘되어야 한다.
「카리스마」도 기적도 없는 오늘 역사를 통해 인간의 모든 지혜와 기술이 남긴 과학과 기술이 최고도로 발달된 오늘 권위와 계율과 전통 그리고 순종만을 생명으로 하던 성당, 급증하는 인구, 급변하는 사회, 격동하는 세계에 교회 쇄신이다, 현대화다 하는 물결 속에서 가톨릭을 그리고「한국 가톨릭」을 참신하게 부각시키는 연구와 방법과 실천이 화급하다고 잠꼬대를 해본다. 교회 일이란 모두 밑도 끝도 없지만 요즈음 그래도 사목엔 초보적이면서 실속 있고 부산물이 많은 건 한 가지가「가정방문」이란 것을 늦게나마 알게 되어『밑도 끝도 없는 일』인 줄을 뻔히 알면서도 오늘도 내 나름대로 내 몫을 해 볼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