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사제들이 때때로 나를 가리켜「사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실제로 출판사 운영의 책임을 맡고 있는 때문이리라.
처음에 그런 호칭을 들을 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사목의 일통은 본당인데 외도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나 자신 본당을 맡았던 때에 견주어 생각해 보더라도 이것은 외도가 아닐 뿐더러 오히려 더욱 큰 영억의 사목이라는 생각이 날로 굳어져 간다. 본당은 책임 구역이 정해져 있지만 출판의 대상 지역은 무제한이다. 그야말로 땅 끝까지 복음을 전하는 일에 불림을 당한 느낌이다.
실제로 책을 출판하다 보면 멀리 땅 끝으로부터 오는 새로운 복음적 예지의 글들을 접하게 된다.
루이 에블리, 이브 꽁가르, 쟝 귀똥, 안토니 블룸, 이런 이들의 빛나는 정신력에 도취되면서 그 글들을 우리말로 출판하고 있을 때면 보람을 느끼면서 또 우리도 저쪽 땅 끝으로 무언가 보내 줄 것이 있어야 되겠다는 사명감이 들기도 한다.
책을 내는 일은 글의 내용에만 관계되는 것이 아니고 여러 가지 섬세한 일들이 수없이 더 따른다. 수10만 개의 글자와 단어들을 윤색하거나 교정하는 일, 책의 체재를 정하고 표지를 장정하는 일, 이 과정 속에서는 수없이 미세한 일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어떤 품격을 창조하게 된다. 이 창조의 일에 있어서는 노력과 정성을 들이는 그만큼 좋은 결과가 나온다. 그리고 나서는 또 완성된 책들을 보급하는 과정에서 역시 노력과 창의가 필요하게 된다.
교회 서적이 내용에 있어서 무미건조하며 장정에 있어서 거칠고 촌스럽다는 타성적인 견해를 계속 가지고 있는 분들은 최근의 교회 서적들 속에서 무언가 새로운 것이 있음을 발견해 주기 바란다. 책에 따라서 사회 출판물 수준을 능가하는 것들도 있다고 본다. 이 기술적인 진경과 가능성을 통하여 우리는 이 땅의 복음화 사업에 빛을 더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