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이 맺어준 한쌍의 결혼식은 사랑 앞에는 불가능이 없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입증해주었다. 성가정 축일인 구랍 29일 오후 3시 30분 서울 혜화동성당에서 무기수 박진영씨(40ㆍ안또니오ㆍ서울 영등포교도소 재소중)와 이부순씨(38ㆍ레지나ㆍ본보 9월 15일자 6면보도)가 하느님께 성가정을 이룰 것을 약속할 때 장내는 두 사람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축복과 격려가 박수로 터져 나왔다.
고아로 자라 차갑기만 한 현실에 부딪쳐 왔던 신랑 박씨는 순간의 실수로 영어의 몸이 된지 15년, 아니 40평생 가장 꿈만같은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는듯 다소 긴장한 모습이었다.
자신이 손수 만든 검정색 예복을 입은 박씨의 손에 이끌려 제대앞 의자로 나아간 신부 이부순씨는 하얀 한복에 면사포 차림이어서 이날의 결혼식 분위기를 한결 이채롭게 했다.
지난해 9월 3일 약혼후 두 사람의 곁을 돌보아온 서울 교도사목 담당 주수욱 신부가 주례사제로서 성혼을 선언하자 두 사람은 하마트면 성가정축일에 이뤄지지 못했을 혼인을 허락하신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이들은 현행형법상 특별귀휴를 받을 수 있는 재소기간 16년에서 불과 8개월이 부족, 박씨의 특별귀휴가 어려웠는데, 주신부와 실질적인 이들의 중매자, 서울 교도사목 담당 최남순(크리스티나ㆍ영원한 도움의 성모회)수녀, 서울 교도사목 회원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신흥재 영등포 교도소장의 결단으로 5박 6일의 특별귀휴를 얻었던 것.
지난해 9월 3일 하느님 앞에서 일생의 반려자로 약혼식을 가졌던 이들은 그동안 9일기도를 바치며 마리아와 요셉을 본받아 가정교회를 이룰 수 있도록 12월 29일의 결혼을 하느님께 끊임없이 청원해 왔다.
『꿈만 같다』고 소감을 밝힌 박진영씨는『앞으로 열심히 살아 오늘이 있기까지 지켜봐주신 여러분께 보답하겠다』면서『그러나 출소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며 1급 모범수로서의 삶을 기쁘게 계속해 나가려는 결의를 나타냈다.
부산 가톨릭교리 신학원 졸업반인 신부 이부순씨는『지난 7년동안 해외취업 선원노조상담원 등으로 활동해온 생활터전, 부산을 떠나 서울로 옮겨올 생각』이라고 앞날을 밝히며『결혼의 성소로 불러주신 하느님께 무조건 감사드리고, 그분의 뜻에 따르는 일이므로 오늘 결혼이 이뤄졌다』며 수줍게 웃었다.
이날 결혼식에는 신흥재영등포 교도소장이 박씨의 아버지 역을 맡았고 최수녀는 시종 기도하는 모습으로 두 사람의 미래를 축복했으며, 서울 교도사목 회원들이 자신들의 정성이 이워낸 사랑의 결실에 감사드렸다.
한편 결혼식 직후까지 신혼여행의 향방을 모를 수 밖에 없었던 신랑ㆍ신부는 최수녀의 배려로 수안보온천에서 미래를 설계한 후 31일귀경, 오전 10시 30분 김수환 추기경을 찾아본후 아쉬운 작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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