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사제들의 사목생활을 통한 각종 일화를 중심으로 사색의 자료들 제공코자 이난을 마련했습니다. 이름하여「목자유감」-많은 신부님들의 협조와 독자 여러분의 애독을 바랍니다. <편집자註>
『당신들 중에 죄 없는 사람이 있으면 먼저 돌로 치시오』(요한 8장7)란 복음 귀절을 접할 때마다 나는 아득한 옛날이 생각나 새로운 감회에 젖곤 한다. 신품을 받고 1년 반쯤 지나 시골본당 신부로 임명됐다. 전쟁으로 모든 것이 쑥밭이 되고 아직도 전쟁은 하고 있을 때라 이 비참 속에서 해야 할 일은 복구와 구제다. 물질적으로도 그렇고 정신적으로도 마찬가지로 시급한 과제였다. 젊음의 정력을 가지고 모든 것을 다 바쳐 일하기 시작했다.
2백 명 가량 되는 본당 신자들도 젊은 본당 신부와 혼연일치하여 모든 일에 협조한 결과 복구사업이 하루하루 눈에 두드러졌다. 신앙생활도 매우 열심한 분위기로 바꾸어졌다. 호사다마(好事多魔)! 본당 사정이 안팎으로 잘 되어 가는 줄만 믿었더니 신자 중에 추태가 발생했다. 혈연 간에 부끄러운 일이 저질러졌다. 그것을 발각한 것은 이웃 마을에 사는 미신자 몇이었다. 추문이 재빨리 퍼져 미신자들이 집단 단결하여 강제 추방을 시키겠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어수룩한 사회상이었다. 법이 있고 경찰이 있었지만 법과는 관계 없이 곤봉과 농구(農具)를 들고 폭력으로 원시적 사회 제재를 하겠다니 기가 찬 일이었다. 하는 수 없이 그들을 직접 만나보기로 하고 부락회를 소집했다. 신자들은 한 사람도 끼지 않고 미신자만 1백여 명이 모였다. 유감되다는 말을 하고 죄와 인간 회개와 용서를 설명했다.
그리고『당신들 중에 죄 없는다는 자신 있거던 곤봉으로 치라』고 위엄 있게 말했다. 결론은『신부님하고 말해야 당할 사람 없으니 돌아들 가자』하면서『신부님 안심하십시오』하는 말을 듣고 일을 무사히 넘겼다. 범죄자의 약함과 무죄했을 때의 강함을 사목자로서 체험했다. 특히 내 자신이 용기와 자신을 가지고 무지한 이교도들 앞에 나섰던 그때가 세월이 흘러갈수록 그리워진다. 잘못의 때가 묻었다는 의식 때문이겠지. 하늘과 사람 앞에 부끄러울 것 없이 살 때 사목자는 어떡한 역경에서도 후퇴를 모를 것이라고 생각된다. 지식이나 경험도 순수함을 잃었을 때 괴변이나 얕은 재수로 통한다고 생각한다. 진실 그것은 무엇으로 대신 못하는 힘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