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오늘이 바로 우리가 그 무서운 공산군의 총칼에서 풀려난 지 꼭 20년이 되는 날이군요. 정말 생각만 해도 끔찍스럽고 무서운 나날들이었지요』지난 1월 23일 구정을 기해 가진「모원 귀환 20주년 감사의 밤」행사 식상에서 노안의 최 벨트뷔나(한국명 인숙 60ㆍ포교성베네딕또회) 수녀는 이렇게 당시를 회상한다.
1937년 6월 당시 23세의 꽃다운 나이에 수련자로서 내한, 38년 원산서 첫 허원을 하고 3년 후인 41년 종신허원을한 최 수녀는 현재 한국에 남아 있는 북한 납치자 8명 중 한 명으로 허원수녀를 돌보고 있는 수련장수녀. 당시「기도하고 일하라」는 동회의 규칙에 따라 원산 등 여러 곳에서 교리 지도 등 젊은 여성들을 지도수녀원에서 지원자를 담당해 오던 최 수녀는 49년 북한에 납치되기 전까지 갖은 어려움을 겪으며 신덕과 애덕의 생활을 해왔다. 그러던 차 동회 한국 초창기의 분원장 겔뜨루드 수녀를 비롯 원산분원 수녀들이 49년 5월 8일 수녀원을 빼앗기고 모두 체포됐다. 그러나 당시 에나타ㆍ디오메데스 수녀 등과 함께 함흥 성심의원에서 병원 일 등 전교를 해 오던 최 수녀는 이 소식을 모른 채 답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가 5월 13일 밤 12시 5명의 수녀와 함께 강제 납치됐다. 그 후 함흥 감옥을 거쳐 평양 감옥에서 서로의 생사를 모른 채 투옥됐다가 동회 수녀 20명과 분도회 수사신부 등 모두 68명이 옥사독 강제 수용소로 끌려가 온갖 고생을 다하며 노예생활을 했다. 만 4년 6개월 완전 외부와 차단된 생활에서 그나마도 애써 지은 농사는 모두 빼앗기고 콩과 조 등 몇가지 음식으로 연명, 굶주림과 추위에 시달리며 노동을 강요 당했었다. 언제 죽일지도 모르는 불안한 사형수와도 같은 생활 속에서도『우리는 서로 도우며 적어도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위안을 삼았어요』하는 그녀의 말에서 당시의 참상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다행히 그 후 휴전으로 인한 포로 교환으로 54년 1월 8일 만주 안동을 출발봉천「할삔」등 시베리아를 거쳐「모스코바」홀란드「푸랑크플트」에 도착한 것은 그 해 1월 22일.『국경에 닿아 기차에서 내리니 많은 기차들이 몰려와 질문 공세를 퍼부었으나 그 순간에도 고통 받고 있는 한국 수녀들을 위해 우리는 아무 말도 못했어요』하며 한국 수녀들의 안위를 걱정했다는 최 수녀는 지금도 그때의 그 무서웠던 지난날을 말해 준다. 그 후 이틀 후인 24일 꿈에도 그리던 모원「룻청」수녀원에 도착 3년간 정양을 하다 58년 다시 내한하여 지금까지 허원수녀들의 수련장으로 모든 수녀들에게 존경 받는 어머니로서의 구실을 다하고 있다. 이처럼 23세의 젊은 나이에 내한하여 38년간 한국에서 갖은 고생을 겪은 최 수녀는 한국인과 다름없이 유창한 한국말은 물론 한국의 그 모두를 사랑하는수녀. 1914년 서부 독일 마인강가「타일하임」읍에서 아버지 가를로 세살과 어머니 마리아 세살의 1남 4녀 중 3녀로 태어난 그녀는 어릴 때부터 열심한 부모님의 신앙 속에서 수녀에의 꿈을 키워 왔다. 더구나「룻칭」수녀원과 그녀의 집안은 아주 인연이 깊은 사이 현재 미국 분원에 있는 고모님(91세)과 필리핀 분원에 있는 둘째 언니가「룻칭」수녀원에 먼저 입회하자 35년「룻칭사범학교」를 졸업 36년 즉시 입회하였다고 한다.『내년이면 우리 회 한국 진출 50주년과 함께 저도 환갑을 맞게 돼요』하고 말하는 벨트뷔나 수녀는 앞으로도 계속 수녀들의 인자한 어머니로서의 구실을 다할 것을 다짐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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