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산군에 가면 해미면 전천리라는 곳이 있다. 이 곳은 1866년 병인년 대 박해시에 수많은 천주교 신자들이 생매장으로 순교당하신 곳이다.
모래 구덩이를 파고 한자리에 15명 내지 20명씩 그안에 우리 순교자들을 들어가게 하고, 모래를 가래질하여 묻어 죽인곳이 세 곳이나 있다.
80세가 넘는 할머니는 그곳의 순교광경을 다음과 같이 들려주신다.『우리 순교자들이 생매장을 당하실때 청청하늘이 순식간에 구슬픈 먹구름으로 뒤덮이더란다. 뇌성벽력이 일어나 형리들의 간담을 서늘케 하더란다. 소낙비가 주룩주룩 쏟아져 내렸단다. 매장이 끝났을때 아름다운 무지개가 뻗치더란다.
그리고 사흘 동안이나 그곳을 흰구름이 뒤덮고 있더란다』이 말씀은 이 할머니의 어머니께서 해미 근방에 사실때 박해를 피하여 산으로 피해 다니시며 눈으로 직접 보신 것을 자기가 아홉살 되었을때 들려주신 말씀이라고 나에게 전해주셨다. 하느님께서 내려주신 선물인가 생각된다.
그 당시 서산 본당 신부로 있던 나는 미신자의 소유였던 이 땅을 사려고 하였다. 처음에는 팔지 않겠다고 하였다.
땅의 유래를 설명하니 미신자인 고상득씨는『그러면 그 땅은 천주교회 완피로써 맺어진 혈연의 땅이 아니요. 내가 그 땅을 어찌 팔겠소. 나는 그 땅을 기쁜 마음으로 천주교회에 희사하겠소.』하고 제의하였다. 이 땅의 일부는 논이었고 일부는 밭이었다. 평수는 409평 싯가 70만원에 해당한다. 이 성지를 확보하게 된 기쁨도 컸다.
더욱이 미신자가 우리 치명자들을 현양하기 위하여『천주교회와 피로써 맺어진 혈연의 땅이 아니냐』하는데는 더욱 기쁨이 컸다. 나는 이 말을 일생동안 내 머리속에 간직하고자 한다.
신자도 아닌 미신자가 70만원에 해당하는 땅을 그냥 희사하며 이제 그 혈연의 땅을 교회에 바치고 나니 마음이 후련하다는 것이다.
우리 신자 교형 자매들이여! 이 말을 들을때 우리는 어떠한가를 반성해볼 필요가 있지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