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는 2백의 기도」라는 말이 의미하듯 아름답게 조화된 성음악은 기도하는 이들의 마음이 한층 높고 깨끗한 곳을 향하도록 이끌어 준다.
올해로 30세를 맞는 조은미(마리아ㆍ압구정동본당)씨는 교회음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악기인 파이프 오르간을 15년이 넘게 공부해오고 있는 젊은 음악인이다.
예원학교화 서울 예고를 마치며 순탄한 예비 음악가시절을 보낸 조은미 씨가 83년 연세대를 졸업、당시 교회내에서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파이프 오르간을 공부하게 된 건 음악을 유난히 사랑하던 어머니와 둘째오빠의 권유가 큰 몫을 차지했었다.
그러나 이제 조은미씨에게 있어 파이프 오르간은 그 누구의 원유나 요청 때문이 아닌 생활 그 자체가 되버렸다.
『어느 때는 제 숙명이 아닌가도 싶어요. 저는 특별히 종교음악을 하겠다며 열렬히 애원해본적은 없읍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파이프 오르간과 관련된 모든 길들이 제앞에 자연스럽게 열려 왔읍니다.』
주어지는 모든 것들을 아무런 의심없이 하나 둘씩 받아 들이다보니 어느새 파이프오르간이 자기 삶의 중심에 오게 됐다는 조은미씨의 말이다.
그러나 몇 번의 중요한 계기는 있었다.
그 하나는 지난 84년 교황 방한 때 여의도에서 2백주년 행사 반주를 맡았던 것.
성가대자리에서 아주 가깝게 교황님을 뵈었다는 조은미씨는 『그때 아주 큰 은혜를 받았던 것 같다』면서『나를 통해서 그 많은 신자들이 노래를 한다는 것이 행복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때가 신앙인으로서 음악을 한다는 행복감을 만끽하게 해준 기회 였다면 유명한 파이프 오르가니스트인 독일의 프란츠 본신부와의 만남은 음악도로서의 기량을 완숙하게 다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88년 한해동안 일본 엘리자벳 음악대학에서 연구생자격으로 마음껏 파이프 오르간을 공부하게 된것.
원래 세자르 프랑크류의 낭만적이고 격정적인 음악을 좋아했다는 조은미씨는 이 기간이 자신의 음악세계의 폭을 상당히 넓혀주었다면서『바하등 고전음악을 접하면서 스톱의 변화 등 단순한 악기의 기교에서 차이가 나는것이 아닌「과연 이것이다」라는 음악만의 어떤「깊이」를 꼈다고 고백했다.
파이프 오르간을 공부했다고 해서 모두가 교회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닌데도 조은미씨가 교회 안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것은 근 10번째 거의 거르지 않고 계속해온「미사반주」의 힘도 큰 듯 싶다.
만 9년간 압구정본당에서 주일 새벽미사반주를 했고 대학 졸업 후 1년은 평일 새벽미사 반주를 계속한 조은미씨는『반주를 하면서 신앙도 점점 더 깊어간 것 같다』면서『교회내 봉사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전공까지 했기 때문에 할 수만 있으면 해야 된다』고 말했다.
결혼 후 5개월간 미사반주가 소홀한 때도 있었지만 마음이 편치 못해 다시 명동과 압구정본당에서 반주를 시작했다.
파이프 오르간은 몸집이 작은 조은미씨의 경우 연주 보름 전부터 고기를 먹어야 무대에 설 수 있을 정도로 힘이 많이 드는 악기이다.
그러나 오르간ㆍ플룻ㆍ현악기ㆍ관악기의 음색을 동시에 낼수있고 페달까지 별도의 음을 내기 때문에「오케스트라」라고 일컬을 정도로 그 음악세계는 크고 넓다고.
조은미씨는『파이프 오르간음색은 사람의 심성에서 우러나오는 기도와 일치하는 소리』라고 격찬하면서 그래서 전체음악에 가장 적합한 악기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파이프 오르간을 사랑하는 만큼 교회 안에서 성음악에 대한 관심이 지금보다는 더 커졌으면 하는 것이 조은미씨의 바람이다.
『파이프 오르간이 더 활성화돼야 합니다. 현재 명동ㆍ혜화동ㆍ중립동 이외에는 파이프 오르간을 갖추고 있는 본당이 없어서 연주자들이 봉사를 하고 싶어도 기회가 쉽게 돌아오지 않아요. 또 개신교측은 오르가니스트 협회가 조직돼있어 단결이 잘되고 있는데 저희 쪽은 구심점이 없어 유대가 질 이루어 지지 않고 있어 문제입니다』
현재 가톨릭합창단 반주자ㆍ부천시립합창단반주자ㆍ부산교구 오르간강사로 나가고 있는 조은미씨는『특히 일선 사목자들이 성음악에 대해 애정을 가졌으면 한다』고 부탁했다.
<李美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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