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일이다.
나는 항상 주일미사가 끝나면 즉시 성당문 앞으로 가 선다. 그리고 일주일동안 만나보지 못한 교우들과 간단한 인사를 나눈다. 항상 그렇지만 그날도 마찬가지로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교우들과 인사를 나누는데 바빴다. 그러자니 인사를 깊숙히 하지 못하고 대부분 머리만 조금 숙일뿐인 인사로 끝나기가 일쑤이다.
그런데 마침 한 할아버지가 얼굴을 찡그리고 다가와서 온 몸이 아프다고 하소연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때 두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해야 할 일이 생긴 것이다. 귀로는 그 할아버지의 말을 들어야했고 눈은 쏟아져 나오는 교우들 중에서 새로운 교우를 찾고 그리고 인사하는 교우들을 위해서는 머리를 계속 조금씩 숙여야했다. 바로 이 행동이 사고(?)의 발단이었다. 벽력같이 소리를 쳤다.
『야! 이놈아! 사람이 말을 하면 잘 들을것이지 머리만 끄덕이는 법이 어디있노! 너 이리 좀 오느라』하고 나를 잡아 끌었다. 교우들은 몹시 놀라 어쩔줄을 몰라했다. 그때 본당 회장님의 덕분으로 무사했지만 나는 나대로 불쾌했다.
『그럼 어떡하란 말인가?』
그 할아버지와 말을 하고 있는 동안 교우들은 다 놓쳐버리고 말테니 말이다.
후에 가만히 생각하니 그 할아버지도 마찬가지로 기분이 안좋았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두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해치우겠다는 나의 태도가 듣는 사람으로서의 성실성을 잊게했기 때문이다. 차라리 그때 좀 정중하게 나의 입장을 밝히고 기다려 달라고 하고서 교우들과의 인사가 다 끝난 다음에 그 할아버지를 만나보았다면 그런 불상사가 안 일어났을 것이다.
그런 일이 있은후 몇 주째 그 할아버지가 안보이더니 몇 주일 후에 다시 미사에 왔다. 나는 그 할아버지를 보는 순간 반가왔고 또 밉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