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맞이한 파아란 공기를 마음껏 마셔본다. 머리를 식히려고 잠시 야외로 나왔다. 내킨 걸음에 외식까지 하기로 마음먹곤 식당에 들어가 간단한 것으로 주문하고 주위를 휘 둘러보았다. 역시 탈피할 수 없는 군상들이다. 식사가 준비되어 언제나처럼 성호를 긋고 식사를 시작했다. 『어머니 저 아저씨 신자인가 봐』어린 아이의 외침과 함께 그의 어머니가 내게 다가와 묻기에 안동교구 신부라는 말을 들려 주었더니 자기는 수산나고 아들은 미카엘이란다. 잠시동안의 대화였지만 열심한 신자임을 금새 알아볼 수 있었다. 며칠후 모자는 나를 방문했다. 미카엘이 졸라서 못 이겨 왔다면서 어머니는 오늘 상경해야 한단다. 미카엘, 그는 나의 어린 손님이기에 온 정성을 기울여 주었다.
다음날 아침 야외로 놀러간다기에 시간이 없어 혼자 보냈다. 심심할까 해서 라디오(재산목록 제1호)를 가져가겠다는 간절한 청을 받아주었다. 왠일일까. 오후 3시, 5시 10시가 되어도 돌아오지 않는다. 라디오가 맘에 걸린다. 혹시 나쁜아이들을 만난게 아닐까. 안동에 처음와서 길이나 잃은게 아닐까. 온갖 상상력이 나로 하여금 안동에서 갈만한 곳을 몇바퀴나 돌게 하였다. 없다.
『주님 미카엘을 지켜주십시오』
갑자기 별빛이 멈춘다. 둘 중의 하나다. 미카엘이 변을 당한것이 아니면 내가 사기를 당한것이다.
『사고 아니면 사기』사기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잠시후 그 어머니와 아이가 사기꾼이기를 천주님께 기도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주님 제발 그들이 사기꾼이었길 바랍니다.
라디오는 잃어버려도 상관없습니다. 마카엘에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말아야 합니다. 미카엘만 무사하면 됩니다. 사기꾼이어야 합니다』지금은 어제까지 라디오가 놓였던 빈자리를 바라보며 다행스러우면서도 좁은 나자신이 어리석다고 웃을수가 있다. 사기꾼이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