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공」의 구호는 얼마전부터「멸공」의 구호로 바꾸졌다. 사태가 긴급하기 때문일 것이다. 거리에 나가면 「집집마다 멸공정신」이라고 쓴 현수막이 있으며 남녀고등학생들의 가슴에는 붉은색 한자로 쓴 멸공이라는 표식을 하고 다닌다. 그냥 옆으로 지나치더라도 선뜻 눈에 띈다. 우리는 이것을 신앙의 눈으로 생각치 않을 수가 없다. 느껴지는 것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불안감이다. 그만큼 우리가 위협을 받고있다는 것도 불안하고 또 신앙인의 입장으로 볼 때 우리가 공산주의자들인 상대방을 기필코 멸망시키고 말겠다는 것도 불안하다. 형편이 이러니 도리가 없다하겠다. 그렇다. 도리가 없다고 하자. 도리가 없다는 것이 우리의 딱한 실정을 말해주는 것이 아닐가? 공산주의는 증오를 선전한다. 라디오의 다이알을 돌리다보면 우리 귀에 익숙하지 못한 목소리가 들리는 수가 있다. 그것을 일초만 들어봐도 어디의 방송이라는 것을 알수 있다. 말하는 어조! 특히 여자의 경우 그 목소리의 어조! 원망 항의 투쟁의 어조! 증오로 가득찬 어조! 북한방송이다. 사람이 발전하려면 남을 미워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들이다. 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는 주 동기는 미움이라고 생각하고들 있다. 그러기 때문에 증오를 선전하는 것이다.
사실은 이 세상에 증오가 강하게 보이고 사랑이 약하게 보이는 수가 많다. 그리고 미지근한 사람이나 게으른 사람이나 이기주의자들이 곧잘 사랑이라는 구실을 앞세우고 자기를 변명하려 한다. 그러나 나는 증오보다 사랑이 더 강하다고 믿는다. 제 목숨이라도 내놓을 수 있는 사랑보다 세상에 더 강한것은 없다고 본다. 이것이 나의 신념이다. 나의 신앙이다. 나에게는 증오를 선전하는 이가 약하게 보인다. 『네 이웃을 사랑하고 원수를 미워하라』고 하신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말합니다. 원수를 사랑하고 여러분을 박해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기도하시오』
(마태오 5장 43~44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