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평생에 두 차례는 공적으로 거짓말을 해도 무방하다는 속담이 있다. 한번은 결혼식때요, 한번은 장례식때라고 한다. 이 자리는 김태관 신부의 서품 25주년을 축하하는 자리이니 마음놓고 거짓말을 지꺼려도 관대히 보아주리라고 믿어진다. 그러나 김 신부에 대해서 거짓말을 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오히려 솔직한 말을 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거짓말보다는 참 말을 할수 있는 기회란 참으로 얻기 어려우며 이것은 아마한 평생에 한번도 모를일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수도하는 사제로서 은경축을 맞이했다면 그것은 한 인간이 타고난 가능성의 모든 것을 바친 것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만일에 어떤 다른 분야에 이러한 로고와 희생과 세월을 바쳤다면 틀림없이 일가를 이루었을 것이다.
나는 김 신부의 모든 것을 집약하는 뜻에서『김태관 신학』이란 새로운 말을 써보고싶다. 말하자면 안월의 문학이니 추사의 서체니 하는것과 비슷한 뜻이다. 본래 수도자라는 것은 생활 그 자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형성하려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예술가들에게 미학이 있어야 하듯이 수도자들에는 신학이 필요할게다.
우리들은 한국「철학」이란 말을 예사로 쓰고 있지만 그리스도교「철학」이란 뜻은 무엇이냐 하는것은 심각하게 논란된다.
그러나 신학의 대상은 훨씬 구체적이다. 그것은 철학자의 신도 시인의 신도 아니며 아브라함의 신 이사악의 신 야곱의 신 살아계신 신 예수 그리스도이기 때문에 범신론도 다신론도 허용되지 않는 신이다. 1천년에 걸친 중세 교회사는 하나의 참된 신학을 건설하기 위한 기나긴 문쟁사였다.
우리들은 그 유산을 받았으며 전문교회의 역사는 지금 이순간에도 쉬지않고 미래를 향해서 전진하고 있다.
이미 12세기에『우리들은 거인들의 어깨위에 올라앉은 난쟁이와 같다』는 뜻깊은 말을 한 이가 있었다.
참으로 거인들이 없었더라면 또 우리가 그 어깨위에 올라앉지 않았더라면 세계사는 얼마나 쓸쓸하고우리는 얼마나 가난했을지 모를일이다. 이 전통적인 신학을 거인의 신학이라고 한다면『김태관 신학』은 난장이의 신학일게다. 비록 난장이지만 제발로 땅위를 걸어보자는 신학이다.
거인의 어깨위에서 내려다보면 난장이가 가는 길이란 뻔한길인데 그것을 고집하니 외고집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허나 거인의 다리를 난쟁이가 자기다리처럼 착각하거나 거인의 어깨위에 앉았으니까 하늘이 땅보다 가깝다는 착각을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김 신부의 신학이다. 따라서 그것은 토착의 신학 융생의 신학이요, 인간이 신이되기 보다는 신이 인간이 되는 신학이다.
아마 교회를 현대화한다는「바티깐」공의회의 정신과도 통할것이다. 그것은 거인의 시대는 지났으며 난장이들이「하느님의 백성」구실을 해야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난장이들의 존재를 긍정한다는 것은 거인의 존재를 무시하는것이 아니요. 시대의 발전을 추구함은 영원한 진리를 거부함이 아니라는 김 신부의 신학을 이해하는데 청년들이나 학생들은 많은 시일을 필요로 할 것이다.
다음에 또 한가지『김태관 신학』의 개성은 다음 세대를 위한 신학이라는 점이다. 흔히 정치인들은 자손만대에 물려줄 조국을 말하고 종교인들은 영원한 복락을 설교하는데 이것은 난장이 시대에는 차츰 알아듣기 어렵게 되고있다.
알고보니 그것은 현대를 합리화하고 신성화하려는 방편에 불과했기 때문일게다.
다음세대란 연령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전진하는 세대를 뜻한다. 그것은 새로운 꿈의 지평선을 가슴에 안고있는 세대를 말한다. 그것은 변화를두려워하지않으며 현재를 고집하지 않는 세대를 뜻한다. 항상 마음이 비어있 어서 모든 인간적인 것을 받아드리려는 세대를 말한다.
그것은 평신도의 신학이다. 가장 평범한 인간의 신학신도 냄새를 피우지 않는 신학이다. 가장 신부 티가 없는 신부이다. 「엠마우스로 가는 길에 제자들에게 알아보지 못하게 나타난 예수의 신학, 금의야행하는 신학이다. 「터널」을 통과하는 자동차가 불을 끄듯이 남을 위해서 스스로의 불을 끄는 신학이다. 하느님은 곡선으로 직선을 그린다고 한다. 스스로를 하느님 앞에 직선이라고 자신하기보다는 스스로의 곡선의 비 참 승복하는 신학이다. 이 세상의 성인에게는 과거가 있으나 죄인에게는 미래가 있다고 한다.
다음 세대를 위한 신학은 많은 것을 참고 견뎌야 한다.
그것은 태산처럼 관대한 신학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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