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차 서울 세계성체대회가 열리는 1989년도 새해가 밝았다. 앞으로 남은 기간은 불과 9개월. 1986년 3월 서울과 로마에서 세계성체대회를 동시에 발표하고 10월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라는 주제가 확정되면서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간 세계성체대회 준비위원회. 그동안 준비위는 대회의 기본 골격을 갖추고 또 이 대회가 행사 위주로만 치뤄지지 않도록 생활실천운동인 「한마음 한몸 운동」 전개와 성체의 참된 의미 전달을 위한 교육 확산에 힘써왔다. 그러나 아직까지 신자들 저변에까지 그 의미가 정확하게 전달이 안 되고 있는 듯하다.
세계성체대회 준비위 사무총장 강우일 주교는 무엇보다 성체께 대한 새로운 인식변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하고 대회 준비에 있어 교육 확산이 어렵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세계성체대회 준비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강 주교를 만나 성체대회의 준비 과정과 어려움、 대회의 참된 의미、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본다.
-아직까지 많은 신자들이 「성체」를 추상적으로만 알고 있는 듯하다. 평화와 나눔의 성사인 「성체」의 개념을 실생활과 연결、 간단히 설명해달라.
▼그리스도께서 세우신 성체성사는 바로 그분의 삶을 요약하고 있다. 그분은 자신이 가진 시간ㆍ재능ㆍ마음 그리고 마지막에는 배척받는 이들에게 몸까지 모든 것을 내놓으며 온전히 나눔의 삶을 실천하셨다. 이는 결코 추상적인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나」라는 인간의 모든 것이 「나눔」의 대상이 된다고 본다. 매일의 삶 속에서 작은 일부터 나눔의 삶을 구현하는 일이 곧 그분의 뜻을 이어받는 길이다.
-세계성체대회를 왜 개최하느냐고 의문을 갖는 신자들이 많은데… 또 주제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는 어떤 맥락에서 선정 되었는지.
▼이 성체성사의 뜻을 올바로 알아듣지 못해 우리가 회개、 쇄신하지 않으면 구약의 율법에 안주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신앙은 교회 안으로 굽어드는 폐쇄적인 것이 아니라 세상을 향해 열려진 것이다. 세상과 교회와의 대화의 장을 찾아 세상의 고민ㆍ염원을 받아들여 신앙인으로서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그리스도 안에 모두가 하나 되길 염원하기 위해 성체대회는 4년마다 열린다.
또 남북분단이라는 우리 민족의 분열을 놓고 모두가 바라는 염원은 「통일」이다. 동시에 이는 세계민족이 갈망하는 평화와도 연결돼 있다. 참평화는 그리스도만이 줄수 있기에 「평화」에 촛점을 두었다.
-서울 세계성체대회의 준비과정을 간단히 설명해달라. 아울러 준비과정에서 어려움이 있다면 무엇인가.
▼1984년 5월 2백주년 행사에 내한한 바 있는 교황은 그 이듬해 이뤄진 한국 주교단의 교황청 공식방문 중 1989년 세계성체대회의 서울 개최를 제의한 바 있다. 이 제의를 한국 주교단이 받아들여 성청에 다시 청원해 이루어진 것이다. 이어 1986년 3월 서울과 로마에서 동시에 대회의 개최를 발표했고 10월 대회 주제가 확정되면서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가 기본골격을 구성하고 이에 따라 추진하고 있다.
성체께 대한 새로운 인식변화를 위한 교리교육을 실시하면서 생활과 연결시키는 운동을 확산시키는 한편 대회 자체를 준비하는 등 서로를 맞물려가며 준비하고 있다. 특히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교리교재가 당초 예상보다 늦게 발간되기도 했지만 확산에 어려움이 있다.
-대회 준비기간이 짧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아직까지 신자 저변에 까지 그 의미가 확실히 전달이 안 된 듯하다. 또 이번 대회가 2백주년 때처럼 행사 위주로 치뤄지지 않겠느냐는 우려의 소리도 나오고 있는데…
▼그동안 준비위 측에서는 사제피정과 연수 그리고 교구 대표자 연수ㆍ중간지도자급 교육 등을 통해 대회의 의미를 전달하는 데 노력해왔다. 그러나 교육을 위한 강사진 확보에도 어려움이 있는데다 준비위 실무자들이 겸직을 하다 보니 역시 어려움이 뒤따른다.
그렇지만 그동안 준비위에서 제공한 자료들을 토대로 본당 차원의 교육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보는데 본당 사목자들이 바쁘다 보니 아직까지 이에 대한 관심이 적은 듯하다.
일부에서는 성체대회 분위기 조성을 위해 2백주 때처럼 유해순회기도를 실시해보자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지만 성체대회는 한 때의 붐으로 끝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위에서 또는 바깥에서 일으키는 붐에 신자들이 편승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성체의 의미를 체득한 신자들 저변에서 부터 자발적으로 올라오는 분위기라야 한다.
-이번 대회는 행사 자체보다 이 대회를 계기로 깨달은 성찬의 의미를 생활과 연결하는 생활실천운동、 「한마음 한몸 운동」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본다. 일부에서는 헌혈ㆍ헌안ㆍ입양ㆍ결연ㆍ헌미ㆍ헌금운동 등이 너무 지엽적인 것이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는데….
▼한마음 한몸 운동의 세부실천 내용은 신자들에게 대회의 의미를 일깨우고 촉진시키는 최소한의 「공통분모」일 뿐이다. 따라서 각 본당ㆍ교구는 성체성사의 참뜻을 어떻게 살고 실천해 나갈 지는 그 지역 상황에 맞게 개발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을 주최 측에서 마련、 제공하고 명령、 하달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에서 이제는 탈피해야 할 때이다.
한편 우리 모두의 염원인 평화통일ㆍ일치문제는 대회 중 심포지움으로 마련、 현재 학적인 기초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대회 이후에도 계속적으로 교회의 좌표를 설정해 나갈 것이다.
-이제 불과 9개월이 남았다. 앞으로 남은 기간을 어떤 식으로 활성화시켜 나갈 것인지.
▼우선 전반기에는 교육ㆍ생활운동 확산에 치중할 계획이다. 서울대교구의 경우 사순절 기간 동안 각 본당 구역 반모임을 통해 교리교재를 집중 교육시킬 예정이다.
또 지난 10월 16일 발족된 한마음 한몸 운동본부는 1차 추진계획이 현재 추진 중이고 1월 중순부터 2단계로 신심ㆍ단체장 대상의 연수를 통해 생활운동을 확산시켜 나갈 예정이며 3단계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3월경 생활운동 연수를 실시한다.
부활이 지난 후반기에는 행사 자체의 본격적인 세부 준비에 박차를 가하게 되는 데 이때쯤이면 교육과 생활운동 전개 확산으로 전체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리라 전망된다.
또 이 대회에 외국 참가객은 1만여 명으로 추산 되는데 3월에 가서야 정확한 참가숫자가 파악 된다. 외국 손님맞이는 숫자가 확실히 파악된 다음부터 준비해 나갈 계획이다.
-성체대회 모습은 어떤 식으로 치뤄지는지、 우리만의 독특한 모습은 있는지、 예를 들어 캐냐 「나이로비」성체대회의 토착화 모습은 많이 거론되고 있는데…
▼10월 4일 전야제 평화의 날 행사 및 10월 5일~8일 대회 일정은 이미 확정됐으며 교황이 참석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준비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전례문제에 대해선 기획이 안 된 상태이지만 토착화를 향한 방안은 자주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비그리스도교국인 우리의 전통문화를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외국인 참가자들에게 소외감을 주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따라서 한국적 문화의 특성을 살리되 외국인까지 모두 기쁘게 동참하는 전례를 구상하는 일이 과제이기도 하다.
-대회 총실무자로서 신자들에게 당부 말씀은.
▼성직ㆍ수도자뿐 아니라 신자들 역시 성체성사는 교리를 통해 이미 배워 알고 있다는 식으로 타성에 젖어 자만에 빠진 듯하다. 그러나 성체성사를 통해 우리에게 오시어 우리와 하나 되시는 그리스도、 그 신비를 깊이 알아 들을 수 있다면 행동은 저절로 뒤따르게 될 것이고 결과적으로 대회의 결실을 거두게 되는 것 이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앞서 언급했듯이 성체성사의 신비에 경외심을 갖고 그 의미를 새롭게 깨닫는 작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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