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성당이 건립이래 만 60년, 사람으로 말하자면 회갑을 맞이하는 아주 뜻깊은 해이다.
하느님의 궁전에서 60여년 동안 음으로 양으로 주님의 강복을 풍성히 받아온 교우들이야 어찌 이 뜻깊은 날을 그냥 맨손으로 넘겨버릴 수 있겠는가?
그래서 본당 사도회에서는 금년도 예산을 편성할때 이번 회갑기념 행사비로 50만원을 책정했고 지난 3월에 2차에 걸쳐 추진위원회를 결성하여 이 뜻깊은 행사에 적극 협력할 것을 굳게 다짐한바 있다.
처음엔 성당구내 미화성당 내부 제단 전자오르갠 성당움안 정도의 기념사업으로 생각했으나 의견은 비약하여 주님의 은혜에 대한 보답으로 기념성당 건립의 대지만이라도 마련하자는 의견이 나와 이에 대한 묘안책으로 기념엽서 2만매를 발행하여 전국 모든 신자들의 협조를 호소하였던 것. 이리하여 신자들은 둘씩 짝을 지어 전주교구내 각 성당을 찾아 신자들의 협조를 호소하기 시작했다.
2만매에 매당 1백원만 협조하여도 1백여만 원이란 돈의 이익을 보게된다. 고로 이 일을 교우들에게만 수고를 끼칠 수 없어 졸짜신부는 교구 사목국장 신부님을 모시고 급기야 재경 전동성당 교우들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고속버스에 몸을싣고 세차게 달리면서도 마음한구석엔 과연 호응도가 어떨지, 맨손으로 구걸하는 느낌이 앞설때마다『전대도 신도 지팡이도 가져가지 말라』하신 주님의 말씀이 앞섰다. 사전에 연락을 한바 있어 터미날엔 재경 대표급 교우가 반겨 맞아주었다. 우선 거물급 교우들에게 다이얼을 바삐 돌렸다. 『다방에 곧 나가겠습니다』『출장중 … 』『저녁에 시간을 내겠습니다』일이 금방 이루어질것 같이 희망적이었다. 하루밤을 숙소에서 지세우고 다음날엔 재경 전동성당 부녀회원들이 10여 명 몰려와 지난날의 회포를 털어놓느라 끝이없었다. 『신부님, 모두 힘을 모으면 됩니다. 힘껏 노력해 봅시다. 어찌 인간의 힘만으로 되는것입니까? 염려마세요』한마디 한마디가 천사들의 음성으로 들렸다. 기념엽서를 20~30매씩을 갖고 교우들을 찾아 가겠다는 것이다. 또 하루의 밤을 지세웠다. 어느 교우가 자가용을 빌려주었다.
이곳 저곳 교우들의 집주소만 알면 원근을 불문하고 쏘다녔다.『선생님께서는 이번 대지 마련하는데 적어도 땅 10평 정도만 … 』했더니 아주난처한 모양이다. 너무 무례한 요구를 했나하여 자책감을 느꼈다. 2박3일의 계획대로의 일과를 무사히 마치고 고속버스에 몸을실었다. 과연 성공이냐, 실패냐, 가름하기 어려웠다. 이제 주님께 신뢰할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