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본당이지만 본당 관할의 작은병원이 하나있다. 거의 20년은 되었다. 도시에서처럼 성장을 못하고 제자리걸음의 실정이긴 하나 숱한 인간애환이 깃들인 곳이다. 주보성인 성요셉을 간판으로 모시고 수녀님들이 환자들을 돌보아왔기 때문인지 이 지역 사회에서는 성당병원으로 통한다. 환자들중엔 신자와 그 가족들도 많은편이다. 그래서 본당 신부가 병원에 자주 드나들게 마련이다. 봉성체 대세 병자성사 등이 종종있기 때문이다.
미사 때에 수녀님의 청에따라 위독한 환자의 쾌유를 기억해주기도 하였다.
일년전쯤 어떤 신자가 입원했다. 다른 본당에서 온 청년환자였다. 본당 신부로서 인사를 하였다. 그의 본명은 바오로였다. 논에서 일을 하다가 발바닥을 쇠붙이로 찔렸다는데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계속 일을 하였단다. 그런데 그것이 악화되어 다리까지 퉁퉁붓고 화농현상이 되어 고름이흘렀다. 의사의 고민은 환자의 체질상 항생제를 사용하기 곤란한 점이었다.
며칠후 성당에 전화가 왔다. 환자가 주사 쇼크를 받아 위독하다는 것이다. 500m정도 떨어진 곳이지만 병원차까지 보냈다. 바오로라는 환자가신부님을 찾는다는 것이다. 환자실에 가보니 간호원들은 환자의 다리를 주므르고 의사는 창백한 얼굴로 땀을 비오듯 흘리며 옆에 기대어 섰다. 보호자들은 울고 환자는 발악 비슷한 소리를 친다.
신부님이 오셨다고 옆에서 말하자 환자는 내 손을 덥석잡더니『신부님 나 죽겠습니다. 죽어요. 죽어 … 』하며 소리를 지른다. 나는 침착하게 도리어 미소까지 지으며『바오로 정신차려 죽긴 왜 죽나, 신자가 죽는법이 있어? 자네는 틀림없이 사네』하면서 약 1분간 이야기를 했다. 환자도 평정을 되찾아갔다. 나중에 의사가 귀띔을 해주었다. 신부님이 오셔서 환자를 평온하게 했기때문에 자기도 안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목자로서 활동한 연륜은 짧지만 라자로의 부활(요한11, 17~33)을 만분의 일이나마 실감한 기억을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 같다.